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5-06-12 16:02:10
에쓰오일이 다음 달 입사를 목표로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다가 돌연 모집 절차를 중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5000만 원에 이르는 대표적인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시황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와 ‘샤힌 프로젝트’라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맞물리며, 긴축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10일 소매영업직 신입사원 채용 전형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지원자들에게 이메일로 통보했다. 이번 채용은 두 자릿수 인원을 목표로 지난달 인적성 검사와 두 차례 면접까지 진행됐고 7월 입사를 예정하고 있었다.
에쓰오일은 연봉이 높고 정년을 보장해 줘 대표적인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 5404만 원이었고 평균 근속연수도 17.8년에 달했다. 불과 2023년만 하더라도 평균 연봉이 1억 7193만 원으로 우리나라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대 사업 축인 정유와 석유화학 업황이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06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66% 축소됐다. 2022년 영업이익이 3조 4052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것을 고려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올해 역시 1분기 영업손실이 215억 원 발생했고, 2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는 849억 원으로 더 커진다. 회사 내부에선 2분기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 불안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원료가격을 뺀 수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하반기부터 경쟁사들의 증설 물량이 줄어들면서 공급과잉 우려는 다소 완하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수요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에쓰오일 역시 지원자들에게 보낸 안내 이메일에서 “세계 경제 질서의 대전환에 따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외부 경영 환경 악화 영향으로 당사의 사업 실적도 크게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샤힌 프로젝트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이번 채용 중단 사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에쓰오일은 2026년까지 9조 2580억 원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샤힌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23년 2조 390억 원, 2024년 2조 9510억 원에 이어 올해도 4조 510억 원의 투자 계획이 잡혔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에쓰오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8500억 원에 그쳤다. 반면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3조 28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1분기 에쓰오일의 연결 기준 유동비율은 84.16%를 기록하며 100%를 밑돌았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 부채 대비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1분기 부채비율은 178%로 2023년 말(138.7%)에 비해서 껑충 뛰었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돼도 문제다. 구조적 공급과잉에다가 수요 부진까지 겹치며 석유화학 시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설비가 경쟁사들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있지만 현재처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시황이 이어진다면 수익성 확보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LS증권 정경희 연구원은 “만일 현재 시황이 턴어라운드 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캐펙스(시설투자) 투입에도 불구, 가동률을 급격히 상향시키는 게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예상보다 낮은 매출 성장, 단위 고정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유의미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