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2025-06-19 07:00:00
이재명 대통령의 65세 정년 연장 공약을 두고 상시 인력난을 겪는 지역 상공계의 관심이 크다. 지역 상공인들은 부산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숙련 노동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 공약을 환영한다. 다만 비용과 고용 유연성 등의 문제 해결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1일 노동절을 맞아 “정년 연장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이 공약으로 정년 연장을 언급한 만큼 한국의 법정 정년은 2017년 60세로 개편된 뒤, 8년 만에 재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 연장 TF’를 구성해 이해당사자인 노사와 시민사회의 논의를 진행하고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상시 인력난 상공계 ‘환영’
지역 상공계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년 연장’에 원칙적으로는 환영한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상시적인 인력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3D 업종’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다. 도금업계 A 대표는 “청년 직원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뿌리산업의 현실인데 숙련공들의 은퇴도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전체적으로 고령화되고 있고 부산은 특히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년 연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6월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한 ‘정년 연장에 대한 지역 기업인 의견 조사’에서는 기업인 500명 중 75%가 찬성했다. 당시 이들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노동가능 연령 상향 필요’(49.8%), ‘저출산으로 인한 장래노동인구 부족문제 해결’(21.7%), ‘고령층 경제활동 증가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15.8%) 등의 이유로 찬성 의견을 보였다.
정년 연장 필요성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부산에서 정년 65세를 넘긴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7일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기준 24만 3000명이다. 2022년 21만 1000명, 2023년 22만 4000명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70세 이상 취업자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부산 지역 7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2만 명을 기록했는데 2022년 10만 3000명, 2023년 11만 3000명에서 크게 늘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부산에는 전통 제조업이 많은데 대부분 한 직장, 직종에서 오래 근무한 분들이 많다”며 “이들을 대체하기 어려운 데다 이들의 노동 의지도 있어 고령 취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별적 재고용 vs 일괄 법적 연장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흐름이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경영계도 노동계도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 방식을 두고는 이견이 오가고 있다. 정년 연장 방식으로는 크게 정년을 폐지하는 방안, 정년을 일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 선별적으로 재고용하는 방안 등으로 나뉜다.
정년 연장이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정년 연장의 법제화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동차부품업계 B 대표는“진짜 급한 기업들은 이미 자율적으로 정년 후 근로계약을 통해 고용을 연장하고 있어 별도의 일괄 법적 연장은 불필요하다”며 “고용 연장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많은 현재 상황에서 굳이 일괄 정년 연장을 법제화하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이나 고용 유연화의 측면에서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상공계에서 선별적 재고용의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선별적 재고용을 할 경우 임금 삭감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노동계는 일괄 법적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김재남 부산본부장은 “부산의 경우 노인 빈곤율이 높은 편인데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선별적 재고용은 결국 퇴직 후 재취업의 형태로 임금의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희망 직종과 연봉의 미스매치 등도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부산상공회의소 양재생 회장은 “정년 연장 논의는 기업의 인력 수급 문제 외에도 인구 고령화와 국민연금 제도 개선 등 사회구조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며 “정년 연장으로 인한 비용 부담자인 기업의 부담을 어떠한 정책 지원을 통해 완화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