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06-24 17:46:07
대선 패배 이후 전국을 돌며 현장 민심을 듣고 있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보수만으로는 정권을 탈환할 수 없다”며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계파 갈등을 멈추고 유능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전당대회가 계파 대결로 비쳐지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내부 잡음은 불가피하고, 더 많은 국민이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오는 8월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안 의원은 24일 <부산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소수 야당으로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며 “그 출발점은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재정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내부 계파 싸움에 빠지면 국민은 떠날 수밖에 없다”며 “오로지 정책으로 말하고, 실력으로 신뢰받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 앞에 서기 위해선 ‘파괴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외부 인사 적극 기용, 여의도연구원 개편, 국민 체감형 외부 활동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인재풀을 원내에만 국한하지 말고,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폭넓게 기용해 정책 역량을 높여야 한다”며 “10년 전만 해도 최고 여론조사기관으로 평가받았던 여의도연구원이 지금은 실력이 형편없다. 싱크탱크 기능을 되살릴 수 있도록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국민 앞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가짜뉴스, 인공지능 등 여러 주제를 다루는 무료 강좌나 전국 순회 강연 등을 통해 ‘공익 정당’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할 때 비로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차기 당권 경쟁에 대해 “김 전 후보나 한 전 대표 두 사람 중 누가 출마하든 본인 선택의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두 사람이 또 당권 경쟁에 나선다면 계파 싸움처럼 내부 갈등으로 비치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계속 잡음이 생긴다면 더 많은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초반부터 삐걱대는 국정을 바로잡기 위해 여당에 대한 비판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혁신안으로 제시한 당무감사 요구에 대해 안 의원은 “백서가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당무감사는 처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왜 그럼 당원 게시판 문제는 감사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며 “대선도 총선도 백서를 남기는 것이 기본이다. 전문가가 제3자의 시선으로 백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개해 교훈으로 삼아야 내부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며 “전당대회 일정이나 룰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거론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구와 성남 등을 찾아 민심을 살폈고, 25일에는 고향 부산을 찾아 시민들과 만난다. 안 의원은 “지금은 대국민 사과와 감사가 먼저”라며 “국민의힘을 지지해주신 분들께는 감사드리고, 실망하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 민심에 대해서는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부산은 중도 성향이 강한 도시”라며 “유능한 정책 정당이 아니면 어떤 정당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선 “백서를 만들고 대국민 사과가 우선이다. 국민이 혁신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통합과 물류망 확충, 법·재정 권한 이양 등을 통해 지방을 살릴 수 있다”며 “부산·경남이 행정통합을 이뤄 시스템을 갖추면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고, 각 지자체가 선의의 경쟁을 하며 국가 전체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