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 기자 leo@busan.com | 2025-06-24 17:43:34
잘 풀리는 집안엔 복이 알아서 굴러 들어온다더니 올해 롯데 자이언츠를 두고 하는 말인 모양이다. 올 시즌 팀 타율 1위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상위권에 오른 롯데가 올해 약점으로 지적받던 불펜마저 맹위를 떨치는 ‘금상첨화’까지 얻었다.
롯데의 팀 타율은 지난 23일 현재 0.285로 2위 삼성 라이온즈(0.268)에 1푼7리나 앞선 압도적 1위다. 안타도 741개로 2위 삼성(675개)보다 훨씬 많다. 반면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지난달 이전까지는 5점대로 9위였다. 롯데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늘 불안했던 이유는 불펜이었다.
롯데 불펜은 5월 중순 이후 달라졌다. 평균자책점은 한 달 전보다 무려 2점이나 낮아진 3점대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롯데는 5월 이후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20전전승을 거뒀다. 5월 중순까지 5점대였던 투수진 전체 평균자책점도 4점대로 내려갔다.
롯데 불펜이 강해진 이유는 최준용의 합류다. 정철원이 고군분투하던 마운드에 그가 합류함으로써 힘이 실린 것이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중간투수 정철원, 마무리투수 김원중으로 뒷문을 지켰지만 최준용이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온 뒤로는 숨통이 트였다.
최준용은 지난달 17일 복귀, 23일까지 17경기에서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해 철벽 불펜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롯데가 앞선 상황에서 ‘필승조’ 1번 투수로 나선다. 덕분에 홀드 추가 기회가 늘었다.
최준용은 “통증, 불안감이 없어졌다. 원래 목표가 시속 156㎞까지 던지는 것이다. 빠른 공에 연연하는 건 아니다. 투구 메커니즘이 좋아지면 도전할 수 있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최준용이 합류함에 따라 롯데 김태형 감독의 투수진 연투 관리가 수월해졌다. 올 시즌 롯데 투수들의 3연투는 총 16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이달에는 김원중, 정철원이 한 차례씩 기록한 게 전부다. 김원중은 18~20일 3연투에 나서 모두 세이브를 올린 뒤 계속 쉬었다. 지난 22일에는 최준용이 ‘1일 마무리’로 나선 덕에 휴식할 수 있었다.
정철원의 경우 3~4월에 16경기, 지난달에 14경기에 출장했지만 이달에는 9경기에만 등판했다. 정현수도 마찬가지다. 3~4월 22경기, 지난달 14경기였던 등판 횟수가 이달 9경기로 줄었다. 김강현도 3~4월 16경기, 지난달 13경기에서 이달 등판은 6차례로 감소했다. 불펜의 등판 횟수 감소로 체력 비축이 쉬워짐에 따라 후반기 들어 치열한 순위 다툼 때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최준용의 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 구속도 더 올라왔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면서 “이기고 있을 때 계산이 된다. 최준용이 없을 때에는 불펜 투수 두 명을 가져가야 했고 막기가 힘들었다. 이제는 이르면 6회 투아웃부터 최준용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용은 “앞으로도 어려운 일들이 닥칠 것이다. 재활할 때 느낀 감정을 떠올리며 이겨내겠다. 부상당해 힘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