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작곡가 심근수, 독일 하이네연구소 아카이브에 동양인 최초로 등재

부산 출신, 연세대 작곡 전공뒤 1987년 독일행
40년 가까이 유럽 중심으로 현대음악 작곡·연주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2025-06-25 16:25:12

부산 출신 재독 작곡가 심근수. 심근수 제공 부산 출신 재독 작곡가 심근수. 심근수 제공

40여년 전 한국을 떠난 부산 출신 작곡가 심근수가 독일 유명 연구소의 음악 아카이브에 동양인 최초로 등재됐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공립 ‘하인리히 하이네 연구소’(Heinrich Heine Institut)는 최근 작곡가 심근수의 작품과 활동 기록물 등을 영구소장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인리히 하이네는 19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슈만이나 멘델스존, 바그너 등이 그의 시에 곡을 붙였고, 이 연구소는 이같은 유명 음악가들의 기록을 보존해오고 있다.

작곡가 심근수 처럼 생존해있는 작곡가가 하이네 연구소에 ‘아카이빙’되는 것은 독일 역사상 처음이다. 특히 심근수는 동양인으로서 이 연구소에 영구등재된 첫 인물이기도 하다.

하이네 연구소는 앞으로 그의 모든 작품(악보·스케치 등)과 작곡·연주 과정이 담긴 작업물을 비롯해서 서간, 출판물, 영상, 이메일, 서명 등도 관리대상으로 삼게 된다. 현지에서는 ‘심근수의 하이네 연구소 등재’에 대해 독일 예술·문학사에서 심근수의 음악세계와 작품활동 업적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하인리히 하이네' 연구소. 뒤셀도르프시 홈페이지 독일 뒤셀도르프의 '하인리히 하이네' 연구소. 뒤셀도르프시 홈페이지

1958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심근수는 경남상고(현 부경고)를 나와 연세대 음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스튜트가르트 국립음대와 엣센 폴크방 음대에서 심도 깊은 공부를 하고 본격적으로 현대음악 작곡 및 연주기획 활동을 이어갔다.

1992년 쾰른의 서독일방송(WDR)에서 주최한 ‘젊은 작곡가 포럼’에서 작곡상을 수상했고, 이후 미국·일본·독일 등에서 활발하게 작곡·연주활동을 해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관현악곡 ‘Stille’(2007), ‘STEINSCHLAG·ZEIT’(2008), 에센 필하모닉이 위촉한 합창곡 ‘HIER·SEIN/Here to me’(2012), 피아노와 현악을 위한 ‘Das Andere, Inneres’ (2019) 등이 있다.

심근수가 201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CASO 미술관에서 열린 '두 명의 연주자를 위한 퍼포먼스'에서 동료 연주자 게르하르트 슈태블러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심근수 제공 심근수가 201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CASO 미술관에서 열린 '두 명의 연주자를 위한 퍼포먼스'에서 동료 연주자 게르하르트 슈태블러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심근수 제공

그는 현재 독일 두이스부르크에 있는 ‘현대음악센터 이어포트’에서 감독을 맡아 현대음악과 행위예술인 퍼포먼스로 구성된 작품들을 제작해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열고 있다.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 예술대학의 교환교수로 활동했으며 2018년 독일 트리어 ‘오프닝 현대음악제’에서는 그를 위한 초상 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심근수는 <부산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하이네 연구소의 음악 아카이브는 독일 음악활동의 주요 사료(史料)들을 소장·보존함으로 문화사적으로 크게 기여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음악을 포함하는 현대예술이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이 있고 또 간과할 수 없는 것임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담론이 한국에서도 활성화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