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5-06-29 20:36:00
정부의 전례 없던 초고강도 대출 규제가 과열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당분간 진정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역시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정책 대출에 대해서도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선 만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유례 없는 고강도 대출 규제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의 핵심은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전문직 등 고소득자들이 10억~20억 원을 빌려 집값을 밀어 올리는 사례들이 속출하자 초강수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6억 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2억~13억 원)의 약 절반 수준이다.
특히 이번 대책은 대출 한도를 줄이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이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수요 억제 정책 파급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소득·집값과 상관없이 대출 한도 자체를 제한한 것은 전례가 없다. 다주택자와 갭투자 수요를 제한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구매도 막기로 했다. 다주택자는 대출을 활용한 주택 추가 구입이 금지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받을 수 없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땐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생긴다. 비수도권 지역의 거주자 등이 은행 대출을 받아 수도권에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막겠다는 뜻이다.
신용대출도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은행별로 연소득의 1~2배 이내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차주별 연소득 이내로 한정된다. 신용대출을 활용한 이른바 ‘영끌’ 주택 구입을 막기 위함이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한다. 아울러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담대 대출 만기도 30년 이내로 제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도 방지하기로 했다. 다만 지방은 이와 별개로 운영된다.
■“주거 사다리마저…” 양극화 심화되나
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신혼부부 등 이른바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대출도 대폭 강화된 점이 눈길을 끈다. 생애최초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이 기존 80%에서 70%로 축소되고, 6개월 이내 반드시 전입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디딤돌(구입) 대출이나 보금자리론 등 다른 정책대출도 해당 규제를 적용 받는다.
정책대출 중 비중이 큰 주택기금 디딤돌·버팀목(전세) 대출은 한도를 대상별로 최대 1억 원 축소 조정된다.
문제는 이처럼 실수요자를 포함한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도 함께 치웠다는 점이다. 집값이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 전례 없던 주담대 한도까지 설정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살 집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2030세대나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이사를 계획했던 이들마저 부동산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나 소득이 높은 고소득자들과 달리 중저가 주택 실수요자의 타격이 커 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양지영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저소득층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한도 있고 LTV도 줄어서 중저가 주택 접근도 어려워졌다”며 “실수요자와 무주택 청년, 저소득층은 주택 접근성이 악화돼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젠가는 고리 끊어야” 정부 의지
하지만 연일 급등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실수요자까지 포함된 초강력 대출 규제 조치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금융당국은 추가 조치도 적극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규제지역의 LTV를 더 강화하고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도 DSR 적용에 포함하는 안이 거론된다. 현실화될 경우 실수요자의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번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도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새 규제로 인해 젊은 층이 기성세대 등과 비교했을 때 상실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언젠가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보면 불가피하게 한번은 이런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노력이 일관적으로 지속된다면 주택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수호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 역시 “최근 정책대출이 무분별하게 늘고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며 “본인의 상환 능력에 따른 적절한 대출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정책대출 강화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