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엔 책세상으로 피서 가자

부산도서관 분야별 담당자
여름에 읽기 좋은 책 추천
독서는 가성비 뛰어난 피서법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7-30 09:00:00

부산도서관 어린이실 큐레이터가 추천한 여름 피서책 <반짝이는 섬> 삽화. 계수나무 제공 부산도서관 어린이실 큐레이터가 추천한 여름 피서책 <반짝이는 섬> 삽화. 계수나무 제공

더위에 지치는 한여름, 집 근처에서 준비할 것도 없이 시원하게 피서하는 방법이 있다.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가장 편한 공간인 집에서 에어컨과 함께 책 세상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집까지 책을 가져 오지 않고 시원한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가성비 만점 피서법이다.

부산 대표 도서관인 부산도서관 분야별 담당자에게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을 추천받았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중심 소재로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물론 서늘한 스릴러 단편집도 함께 넣었다.

어린이책 <나의 여름날> 표지. 어린이책 <나의 여름날> 표지.

먼저 어린이실에선 박성은 작가의 <나의 여름날>과 장준영 작가의 <반짝이는 섬>을 꼽았다.

<나의 여름날>은 햇살이 뜨거운 여름, 냇가에서 한바탕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지금처럼 놀 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자연은 근사한 놀이터였다. 냇가는 무더위를 날려 줄 수영장이었고, 숲은 보고, 듣고, 만지고 뛰어노는 탐험장이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바라보고 느껴 볼 수 있으며 어른에게도 예전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린이책 <반짝이는 섬> 표지. 어린이책 <반짝이는 섬> 표지.

어린이책 <반짝이는 섬> 삽화. 계수나무 제공 어린이책 <반짝이는 섬> 삽화. 계수나무 제공

<반짝이는 섬>은 소라게와 생태 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소라게는 해양 쓰레기의 대표적인 피해 생물이다. 플라스틱이나 깡통 등을 빈껍데기로 착각하고 들어갔다 갇혀서 죽음을 맞는다. 실제로 인도양의 코코스 섬에서는 한 해에 50만 마리 이상의 소라게가 죽어서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꼬마 소라게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이해하게 한다.


청소년 대상 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다더니> 표지. 청소년 대상 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다더니> 표지.

청소년 대상으로는 이꽃님 작가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추천했다. 앞서 여러 소설을 통해 수십만의 청소년 독자들을 열광하게 했던 이 작가의 여름 이야기. 작가 스스로 ‘내가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한다’고 밝힐 정도로 애정을 가득 담아 쓴 이 소설은,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전한다. 가족에 관한 아픔이 있는 두 아이가 열일곱 여름 서로를 우연히 발견하고, 굳게 닫았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 가며 이후의 삶으로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마마마, 부산> 표지. <마마마, 부산> 표지.

부산 작가의 책이 소장된 부산자료실 담당자는 배길남 작가의 <마마마, 부산>을 선정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으며 앞으로도 이곳을 지킬 소설가 배 작가가 부산의 ‘잊힌’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공간뿐 아니라 다각도로 부산을 조망하는, 새로운 형식의 여행기이다. 코믹한 발랄함과 맛깔스러운 사투리가 들어간 구어체 덕분에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내용도 술술 읽힌다.

<여름의 피부> 표지. <여름의 피부> 표지.

종합자료실에선 비문학과 문학 분야에서 각 2권씩 골랐다. 먼저 비문학 분야로 이현아 작가의 <여름의 피부>와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작가의 <세계숲>이 선정됐다.

<여름의 피부>는 유년과 여름, 우울과 고독에 관한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푸른 그림을 통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모으는 그림들이 유난히 ‘푸른 기운’을 머금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이 책을 썼다. 대중에게 친숙한 에드워드 호퍼, 피에르 보나르를 비롯해 소설가 제임스 설터와 줌파 라히리의 책 표지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던컨 한나와 에이미 베넷을 비롯해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품은 세계 각국의 화가 24명의 푸른 그림에서 위안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여름의 피부> 책 내부 지면 모습. <여름의 피부> 책 내부 지면 모습.

‘시인의 언어로 말하는 과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베리스퍼드-크로거 작가는 <세계숲>에서 ‘세계를 품은 전체이면서 세계를 초월하는 하나’인 숲의 재생만이 우리의 부서진 삶을 회복시키고 서로를 건강하게 연결해줄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간 우리가 몰랐던 나무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문장 속에 담아냄으로써 숲과 나무의 위대함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세계숲> 표지. <세계숲> 표지.

<세계숲> 내부 지면 모습. <세계숲> 내부 지면 모습.

마지막으로 문학 분야에선 안희연 작가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과 조예은 작가의 <트로피컬 나이트>가 추천 도서로 뽑혔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은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안희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작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여름 언덕을 오르는 상상을 하며 이 시집을 썼다고 한다. 여름 언덕을 오르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가라앉는 동안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고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도 같다. 시집 속 시들이 독자에게 언덕이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표지.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표지.

<트로피컬 나이트> 표지. <트로피컬 나이트> 표지.

<트로피컬 나이트>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총천연색 마음으로 쓰인 소설집이다.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서운데도 사랑과 다정함이 충만하다. 한여름의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음료수처럼 짜릿하고 다채로운 이 이야기들은 올여름 더위에 지친 우리를 시원하게 위로해준다. 정체불명의 주인공들은(괴물, 악마, 살인마, 외계 생명, 유령 등)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소재이자 동시에 독특한 매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추천 책들은 대부분 신간이 아니라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나 가까운 도서관에서 모두 빌려볼 수 있다. 부산도서관 북 큐레이터는 “이번에 추천한 책들은 막 출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 없이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책 읽기는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피서법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