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中오케스트라 이끌고 유럽 투어… 한중 교류 마중물 되나

국가대극원 관현악단과 내달 6~15일 영국·스페인·독일 공연
한중 문화 협력… "음악은 장벽 없는 언어, 세계를 가족처럼"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2025-07-29 11:14:28

지휘자 정명훈이 지난 6월 부산콘서트홀 개관 기념 공연을 앞두고 콘서트홀 객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클래식부산 제공. 지휘자 정명훈이 지난 6월 부산콘서트홀 개관 기념 공연을 앞두고 콘서트홀 객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클래식부산 제공.

부산콘서트홀 예술감독인 지휘자 정명훈이 중국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럽 순회 공연에 나선다. 정명훈의 이번 공연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개선 흐름을 보이는 한중 관계를 문화교류 분야에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정명훈은 내달 6~15일 중국 최대 공연예술단체인 국가대극원 관현악단 창단 15주년 기념 유럽 투어를 갖는다.

영국, 스페인, 독일 등에서 5차례의 공연을 개최하는 유럽 투어 프로그램은 중국 작곡가 천치강이 동양 철학의 오행을 서양 관현악으로 해석한 작품 ‘우싱’(The Five Elements)을 비롯해 생상스의 C단조 제3번 교향곡,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이 포함된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중국계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도 함께 한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정명훈이 이번 공연을 지휘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현지에서는 일부 공연 티켓이 매진됐다고 한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아시아인이 음악감독을 맡는 것은 247년 극장 역사상 정명훈이 최초다. 임기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다.

정명훈과 중국 국가대극원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부산콘서트홀 개관 공연에서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참여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를 지휘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10년 넘게 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해오기도 했다.

정명훈의 중국 오케스트라 지휘는 한중 클래식 음악 교류의 범위를 더 넓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국 간의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그는 최근 미디어 브리핑에서 “음악은 언어 장벽이 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사소통의 장벽이 없는 언어"라며 "이는 세계를 하나의 가족처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만 보더라도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이 가까운 나라 사이에서도 많은 장벽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최근 APO가 부산콘서트홀에서 중요한 공연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일본, 한국 단원들이 주축이 되고 여러 나라의 악단이 함께 앉아서 연주를 하는 것을 볼 때면 비로소 음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명훈은 “음악은 그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은 중국의 음악도 아니고, 작곡가가 출생한 국가의 음악도 아니며 전 인류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음악가들이 이제는 서양의 음악 혹은 세계의 클래식 무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고 소개하며 “더이상 한국인이 왜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야 하느냐와 같은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많은 유럽 오케스트라가 아시아에 와서 그들의 음악을 전달했지만 이제 점점 더 많은 음악 간의 상호 공유가 전세계적 현상이 됐다. 최근 리허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명훈은 이번 중국 국가대극원과의 협업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해외 투어 공연은 같은 곡으로 다른 나라와 다른 장소, 다른 관객들과 여러번 만날 수 있다”며 “이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관객을 향해 공연하는 것과 다르며 매우 도전적이지만 좋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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