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5-07-28 17:52:25
부산시립교향악단 지휘자인 홍석원 예술감독이 서울대 음악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홍 감독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부산시향을 떠나게 됨에 따라 중도 하차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부산시와 서울대 등에 따르면 홍 감독은 2025학년도 2학기부터 서울대 음대 교수 임용이 확정됐고, 최근 부산시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 홍 감독과 임기 2년의 부산시향 예술감독직 계약을 맺었는데, 1년 2개월 여 만에 하차하게 된 것이다.
다만, 홍 감독은 오는 9월 예정된 무직페스트 베를린 및 뮌헨 무지카비바 음악축제 등 예정된 독일 순회 공연에서의 지휘는 그대로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이 순회공연 초청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미 상당 부분 실질적으로 공연 준비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이밖에 일정이 확정된 부산시향의 10월 정기연주회와 해설음악회 등 기획공연도 홍 감독 체제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이같은 상황과는 별개로 예술감독직을 장기간 비워둘 수 없어 후임자 선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음악계에서는 부산시향 후임 예술감독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명한 여성 지휘자와 부산 출신 지휘자 등 후보군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향 일부 단원들은 홍 감독이 어떤 형태로든 시향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부산시향의 한 단원은 “홍 감독이 시향을 이끌면서 뛰어난 지휘 역량을 보여줬고, 시향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교향악단의 경우 상근이 아닌 ‘객원’ 형태로 예술감독을 맡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이 계약된 임기를 마치지 않고 하차함에 따라 부산시향의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휘자와 교향악단이 완전한 화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 임기를 마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반면 예술계에서 흔히 있는 인재의 ‘자연스러운 이동’이라는 옹호론도 공존한다.
홍 감독은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산시향 단원들과 호흡을 잘 맞추면서 연주에서도 공감을 이뤄왔는데 떠나게 돼 아쉽다. 시향이 지휘자 공백 없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남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 개관으로 모처럼 부산에 클래식 열풍이 불어온 가운데 부산시향을 이끌어 온 홍 감독을 이을 후임자가 누가 될지에 음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홍 감독은 서울대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베를린 국립음대 지휘과 최고연주자과정 등을 마쳤다. 2010년 독일의 ‘차세대 지휘자’(Maestro von Morgen) 10인에 선발됐고,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다. 광주시립교향악단에 이어 부산시향 예술감독을 맡는 등 한국의 음악계를 이끄는 ‘젊은 명장’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