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부추기는 '알쏭달쏭 버튼'

2018-01-16 23:00:12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횡단보도에 설치된 보행자 작동신호기(노란 원). 신호등 기둥에 버튼이 있지만 안내표지는 찾아볼 수 없다.

차량 정체를 덜고, 보행자 편의를 돕기 위해 횡단보도에 설치된 '보행자 작동신호기'가 도리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제대로 된 안내문이 없다 보니 파란불 주기가 긴 야간에 신호기 버튼을 누르지 않다가 급기야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16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횡단보도. 이곳은 보행자 작동신호기가 설치된 곳이다. 보행자 작동신호기란 보행자가 버튼을 누르면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는 장치다. 효율적인 신호체계 운영을 위해 차량 통행은 많지만 보행자의 이동은 일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곳에 주로 설치된다.

부산시, 안내문 설치 외면
되레 무단횡단 유발하기도
전북엔 '자동감지 시스템'

경찰청의 보행자 작동신호기 지침을 보면 '보행자가 잘 볼 수 있는 장소에 안내표지를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에 버튼만 덩그러니 있을 뿐 안내표지가 없다. 횡단보도에서 만난 정 모(66) 씨는 "수년째 이 길을 이용하지만 보행자 작동신호기라는 게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경찰은 "심야시간에 오래 신호를 기다리다 무단횡단하는 시민이 종종 있다"면서 "대형 차량이 많은 시 외곽의 넓은 도로에서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는 모두 104곳에 보행자 작동신호기가 설치돼 있다. 주로 강서구(18곳), 금정구(16곳), 북구(10곳) 등 시 외곽에 많다. 차량 통행량에 비해 보행자의 수가 상대적 적은 지역이다. 강서구 주민 박 모(50) 씨는 "안내표지판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된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야간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버튼과 안내문을 발광식으로 교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북의 경우 지난해 보행자 자동감지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나타나면 대기공간 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보행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보행신호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보행자 무단횡단이 65.1% 감소했다.

부산시는 경찰청이 운영하던 보행자 작동신호기 관리 권한을 2013년 넘겨받았다. 하지만 고장 신고가 접수됐을 때 현장 점검을 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게 없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안내표지가 없는 보행자 작동신호기에 대해서는 즉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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