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6-06-22 10:39:52
부산 현대무용의 지형은 지난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하야로비 무용단(1985년)과, 1995년 창단 이후 30년 넘게 활동해 온 현대무용단 자유가 이끈다. 한국 춤패 ‘배김새’와 함께 척박했던 지역 춤판에 ‘동인춤패’라는 기반을 형성한 하야로비가 1세대라면, 자유는 자연과 비정형 공간을 무대로 형식 실험을 확장해 온 2세대의 대표 주자다. 여기에 손영일무용단, 경희댄스시어터, 댄스 프로젝트 에게로, 팟댄스프로젝트, 뽕잡화점 등이 더해지며 부산 현대무용은 다층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축적은 지난 17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현대무용단 자유의 제32회 정기 공연 ‘리(Re): 보디(body) 프로젝트’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신체를 매개로 동시대의 불안과 관계성을 탐색한 이번 무대는 지역 창작 역량이 결코 주변적이지 않음을 입증했다. 안선희(자유 정단원) 안무·출연의 ‘몸: 휘어진 시간’과 신승민(전 대구시립무용단) 안무의 ‘루스 본즈(Loose Bonds)’가 초연됐다.
안선희의 작업은 젊은 단원을 중심으로 신체의 감각과 시간성을 밀도 있게 압축했다. 반복과 변주를 통해 ‘몸’을 언어로 환원하며 움직임의 결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돋보였다. 신승민의 ‘루스 본즈’는 관계의 긴장과 이완을 대비적으로 드러낸다. 2026 부산무용제 우수무용인상 수상자인 하주은, 황세민 등이 참여해 집단적 에너지와 물리적 접촉으로 관계의 불안정성을 직관적으로 환기했다.
두 안무가가 국립현대무용단 ‘코레오 커넥션’에 연이어 선정된 점 역시 이번 무대의 현재성을 뒷받침한다(2025년 안선희, 2026년 신승민). ‘몸: 휘어진 시간’은 “몸 자체가 발화하는 언어를 체감하게 했다”는 반응과 함께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무용평론가 최찬열은 “서울의 어떤 무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루스 본즈’ 또한 “엉킴과 해체에서 생성되는 카타르시스”, “느슨한 연결을 통한 관계 재구성의 설득력” 등에서 호평을 얻었다.
이번 공연은 지역 현대무용이 단순한 지속을 넘어 미학적 긴장과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 현대무용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닌 독자적 좌표를 형성한 장임을 분명히 한다. ‘리(Re): 보디 프로젝트’는 그 현재를 증명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예고한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