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부산 영도 출신 연기자. 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한 뒤 로맨스·코미디·스릴러 등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해오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은 배우 박해진(39). 연하남과 실장님·선배 등 멋진 남자 주인공이었던 그가 이번엔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로 돌아왔다. MBC 주말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에서다. 최근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진은 “저도 이번 작품을 시청자의 마음으로 보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박해진은 극 중 귀신을 볼 수 있는 마법사 ‘차차웅’을 연기한다. 차차웅은 감정 표현에 솔직한 캐릭터다. 기쁠 때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다가 슬플 때는 한없이 깊이 가라앉는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덕분에 그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역할을 주로 했던 박해진의 다양한 감정선을 엿볼 수 있다. “정말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라 애착이 많아요. 상황에 집중해 짜증내고 화내고 웃었죠. 이렇게 감정 표현에 솔직한 작품은 없었어요.”
이번에 귀신을 볼 수 있는 마술사 캐릭터를 맡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단다. 마술 장면을 선보이다 손을 그을리고, 공중부양 와이어 액션을 하다 어깨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된 촬영은 ‘입수 장면’이었다. 박해진은 “추울 때 촬영하다 보니 아침에 물을 끓여와서 대기했다”며 “그런데 저녁에 입수 장면을 찍다 보니 물이 다 식어 따뜻하지 않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너무 차가워서 못 들어가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는데 그 장면 찍고 난 뒤에 감기에 걸렸다”면서도 “이젠 괜찮다. 수중 장면을 촬영하다 보면 감기는 걸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영도에서 나고 자란 박해진은 정 많은 부산 사나이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일상적인 기부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소방관 처우 개선에 힘쓴 공로로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해진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저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라며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요즘 영도에 문화마을도 생기고 많이 좋아졌다더라”며 “제 기억 속엔 바닷바람 부는 작은 마을인데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 시절 친한 친구들이 부산에 많이 있다”며 “시간 내서 고향에 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6년 연예계에 데뷔해 달려온 지 벌써 17년이 됐다. 스물네 살에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하자마자 주목받은 그는 ‘에덴의 동쪽’ ‘내 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 ‘닥터이방인’ ‘치즈인더트랩’ ‘맨투맨’ ‘포레스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오고 있다. 2020년에는 드라마 ‘꼰대인턴’으로 MBC 연기대상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어 주목받기도 했다.
1983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 마흔인 박해진은 여전히 “연기 갈증이 많다”며 웃었다. 그는 “벌써 마흔”이라며 “다른 색깔을 찾아 나가야 할 단계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요즘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는 그는 “대중이 기억해주시는 제 색깔을 일부러 지우려고 하진 않는다”며 “다만 이젠 지금의 내 나이와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