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2023-10-11 20:35:00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동구 이바구길 등 산복도로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산복도로를 떠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10년 새 주민 수가 절반 가까이 줄기도 했다. 관광지로 성공 가도를 달리면 달릴수록 마을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서 주민들이 배제됐다는 걸 방증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65만 6000명 수준이던 감천문화마을 방문객은 도시재생 사업을 거쳐 2018년 257만 명, 2019년 308만 명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해 175만 775명이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127만 8912명이 방문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비슷한 기간 감천문화마을 주민 수는 ‘반토막’에 가깝게 줄었다. 사하구청에 따르면,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0년 3161명이던 마을 주민은 지난해 12년 만에 1558명으로 줄었다. 인구 감소, 원도심 쇠락 등을 고려해도 너무 빠른 인구 감소 속도다. 10년간의 도시재생사업이 주민 이탈의 결정적 이유였다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감천문화마을과 함께 부산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동구 이바구길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구청에 따르면, 이바구길을 둘러볼 수 있는 ‘산복도로 소풍’ 프로그램 참가자 수는 2016년 5770명, 2017년 7500명, 2018년 7900명 등 매년 증가세였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는 8700명을 기록했으며 코로나19 이후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기와 별개로 이바구길이 있는 초량동 주민 수는 매해 감소하는 추세다. 2016년 5만 8441명이었던 주민 수는 지난해 5만 2659명으로 줄었다. 7년새 인구의 10%가 줄어든 것이다.
주민들은 관광지화로 인해 겪는 삶의 불편이 산복도로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호소한다. 지난 7월 고장으로 운영이 중단된 동구 초량동 168모노레일 인근에서 만난 이 모(53) 씨는 “성수기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비좁은 골목길까지 들어와 시끄럽고, 걷기도 힘든 지경이다. 불편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51년째 초량동에서 거주하는 박서영(54) 씨는 “바로 길가에 집이 있어 차량 경적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며 “골목마다 관광객들이 사 온 플라스틱 커피컵 등이 버려져 악취가 나고 벌레가 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관광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공정 관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관광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 대다수는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받아 이를 주민 사업에 사용한다”며 우리나라도 착한 입장료 등을 도입해 주민을 위한 투자를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