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오페라 제작 역량 현주소는?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18일 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나비부인’·‘사랑의 묘약’ 공연

대구 무대 등 3년째 가져오고
연출·출연 외지인 일색 지적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2024-06-19 15:03:36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경아. 김은영 기자 key66@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경아.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의 오페라 제작 역량은 충분한가, 또한 그 생태계는 잘 만들어지고 있을까. ’

지난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 자리에는 김혁주 부산시 문화시설개관준비과장, 차재근 (재)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 김천일 금정문화회관장, 장진규 부산오페라단연합회장 등 올해 부산오페라시즌 참여 기관장, 제작진 등이 참석해 공연작 소개와 작품의 주요 곡을 쇼케이스로 선보였다.

부산오페라시즌은 오는 2027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 운영과 오페라 전문 인력 육성, 오페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16년 시작한 ‘부산오페라위크(WEEK)’에서 출발한다. 지금의 이름으로는 바뀐 건 2022년이고, 이때부터 시즌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단원도 자체 선발하고 있다.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올해 부산오페라시즌은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2일까지 개최되며, 시즌 기간 △(재)부산문화회관의 전막 오페라 ‘나비부인’(지휘 이병욱, 연출 김숙영, 8월 31일~9월 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금정문화회관의 콘서트 오페라 ‘사랑의 묘약’(지휘 김광현, 연출 엄숙정, 9월 11~12일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 등 대·중극장 오페라 두 작품을 4회 공연한다.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에서 제2회 부산소극장오페라축제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공연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에서 제2회 부산소극장오페라축제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공연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또한 부산의 16개 민간 오페라단으로 구성된 부산오페라단연합회가 자체 공모를 거쳐 무대에 올리는 소극장용 오페라(90분짜리로 축약) △‘돈 파스콸레’(부산캄머오페라단, 7월 12~13일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여자는 다 그래(코지 판 투테)’(올웨이코리아오페라단, 8월 9~10일 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장) △‘피가로의 결혼’(온누리오페라단, 9월 말 예정, 공연장 협의 중) △‘사랑의 묘약’(아지무스오페라단, 10월 말 예정, 공연장 협의 중) 등 4작품을 8회 공연한다. 지난해 별도로 운영하던 것을 올해는 부산오페라시즌 이름으로 합쳤다.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에서 관계자들이 자신이 맡은 공연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에서 관계자들이 자신이 맡은 공연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에서 관계자들이 자신이 맡은 공연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18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 ‘2024 부산오페라시즌’ 제작 발표회 에서 관계자들이 자신이 맡은 공연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그런데 문제는 ‘부산오페라시즌을 통해 부산의 오페라 제작 역량이 축적되고 있는가’이다. 부산시의 목표는 ‘제작극장(production theatre)’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최근 몇 년째 1년에 한 편씩 전막 오페라를 만들고,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콘서트 오페라를 한 편씩 무대에 올리는 것 또한 이런 목표를 향한 과정이다.

2016년 ‘부산오페라위크(WEEK)’부터 치자면 부산오페라시즌은 어언 9년째다. 올해 투입되는 예산만 해도 전막 제작 ‘나비부인’ 기준으로 시비 1억 원, 제작기관 자체 예산(2억 원)을 더해 3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부산시가 3년 전부터 운영 중인 ‘2024 시즌 오페라 합창단·오케스트라’ 비용까지 더하면 4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어지간한 오페라 한 편 제작 비용과 맞먹는다.

하지만 ‘나비부인’ 전막 제작을 맡은 부산문화회관 측은 실제 3억 원가량의 제작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전막 오페라 제작 실상을 들여다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올해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무대, 의상, 소품을 통째로 빌려 왔다. 재작년 ‘라 보엠’, 지난해 ‘토스카’에 이어 올해 ‘나비부인’까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시장가로 오페라 무대(세트)를 제작하려면 1억 원은 호가하는데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용으로 가져오니 우린 정말 감사하죠!”라고 말한다. 그는 또 “우리는 오페라하우스가 아니기 때문에 한 해 공연하고 마는데 1억 원이나 들일 수 없다”고도 전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부산시와는 확실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게다가 올해 ‘나비부인’ 부산 공연 연출자는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이 추천한 인물로, 배역 오디션 공고 때 ‘재연출’(연출은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로 이름을 올렸다가 ‘연출’로 수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출연진 구성을 둘러싸고도 부산 성악가들은 “지역 배려가 부족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나비부인’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배역 오디션을 실시했다. 취지는 “부산의 신진 성악가들에게 공연 기회를 더 주겠다”였다. 그러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디션 신청서를 접수하고도 당일 불참자가 절반에 가까웠고, 그나마 응시한 사람들은 역량에 못 미쳤다”고 부산문화회관 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뽑힌 성악가들은 부산보다 외지가 많았다.

실력대로 뽑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순 없다. 특히 ‘나비부인’의 경우 이전에 공연한 작품 ‘라 보엠’이나 ‘토스카’에 비해 인재 풀이 약한 면도 없지 않다. 지역 성악가들이 주장하는 것은, 주역은 서울 등에서 모셔 오더라도 조역이나 단역 중에는 지역 성악가를 배려하는 방식 등 지역도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택해주면 좋겠다는 거다. 그러면서 “지휘, 연출, 출연진, 심지어 무대까지 다 외부에서 가져오면 부산에 남는 게 뭐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지난해는 A, B 두 개 조 가운데 한 그룹은 지역 성악가를 집중 배치했다. 올해도 테너 양승엽(핑커톤 역)이나 바리톤 나현규(샤플레스 역) 등 부산의 중견 성악가 몇몇은 오디션을 당당히 통과해 무대에 설 예정이다. 양승엽은 “떨어질 각오를 하고 오디션에 응했다”면서 “지역 성악가들도 나무에서 떨어질 감만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실력을 다지고, 그다음에는 오디션 등에 적극 참여한 뒤 지역 배려나 안배를 요구해야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흔히들 예산 규모에 맞춰 제작되는 게 오페라라고 하지만, ‘오페라 제작극장’ 취지를 살리려면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독립 제작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부산시 예산이 들어가는 부산오페라시즌이라면, 부산문화회관 따로, 금정문화회관 따로, 종합적인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는 이미 제작 대부분이 세팅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올해 시즌이 끝나면 보다 면밀한 평가와 검토로 내년 시즌에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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