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2024-09-09 18:38:08
거리에서 현금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자기장을 읽어내는 마그네틱 카드가 등장하면서다. 이제는 그 카드마저 사라지고 있다. 비접촉 결제(NFC) 방식 덕에 물건을 살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핸드폰을 기기에 가져다 댄다. 기술의 발전은 일상을 바꾼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변화의 폭은 카드나 NFC보다 훨씬 클 것이다. 화폐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활용 방식 등의 근원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경제가 구현될 수도 있다. 다행히 디지털금융 시대 준비에 있어 부산은 한발 앞서 가고 있다.
부산은 2019년부터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돼, 블록체인 사업을 구상하고 관련 업체들을 끌어들였다. 현재는 특구 지정 연장을 위해 ‘탄소중립 특화 블록체인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탄소배출권 거래에 관련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거다. 한국거래소도 미래사업본부를 부산에 신설하기로 해, 데이터와 인덱스 등 디지털 사업을 부산에서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유통 실험 대상지에 부산이 포함기도 했다.
디지털 경제 도시를 위한 여러 프로젝트 중 가장 핵심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다. 대형 프로젝트이다 보니 준비 기간도 길었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아이티센 등 11개사로 이뤄진 BDX컨소시엄이 경쟁 끝에 사업권을 따낸 뒤, 거래소는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는 연내 거래소 출범을 목표로 사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실물 거래소이다. 다만 블록체인을 이용해 조각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게 다른 거래소와 차이다. 이 차이가 모든 것에 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모든 이가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대형 자본만 가능했던 프로젝트나 투자 사업에 개인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초기엔 금·은·플래티넘·니켈 등 광물을 우선 거래하고, 이후 산업 금속과 탄소배출권 등으로 거래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최종적으론 특정 분야가 아닌 가능한 모든 것들을 거래 대상으로 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이런 이유로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에 대한 기대감이 쌓이고 있다. 관련 법 등이 개정되고 제도적 발판만 마련된다면, 국내외 디지털 시장을 이끌어가는 거래소가 될 수도 있다. 부산이 디지털금융에서만큼은 홍콩, 싱가포르 등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청사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