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A(9) 양은 갑자기 칠판 글씨가 흐리게 보였다. 전년도 건강검진에서 별 문제가 없었던 터라 급히 안과를 찾았다. 검사결과 근시가 -2.00 디옵터나 진행된 상태였다. 이안과의원 이동은 원장은 “최근 들어 어린이 근시가 점점 흔해지고 있어 2050년엔 어린이의 절반 가까이가 근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어린이 근시 발병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유전적 요인이다. 부모의 근시 정도에 따라 자녀의 근시 발병 확률과 진행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전자기기 사용 증가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하루 1시간 더 사용할 때마다 근시 발생 위험이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3시간을 넘기면 근시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그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앤데믹 이후에도 고착화되면서 근시 발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시가 심해지면 단순히 안경만 두꺼워지는 게 아니라 심각한 눈병 위험도 커진다. 특히 고도근시는 녹내장, 백내장, 황반변성 같은 질병과 직결된다. 특히 아주 심한 근시는 망막박리라는 위험한 질병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에 아트로핀 점안액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안과센터에서 2006년 진행한 ATOM-1 연구에 따르면 1% 아트로핀 점안액을 하루 한 번씩 2년간 사용한 결과 근시 진행이 77%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진행된 ATOM-2 연구에선 보다 낮은 농도인 0.01% 아트로핀만으로도 50~60%의 근시 진행 억제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0.01% 농도는 동공 확대나 눈부심과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중문대는 2019년 진행한 LAMP 연구를 통해 0.05%, 0.025%, 0.01%의 세 가지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액을 비교한 결과 1년간 사용 시 0.05% 농도에서 가장 우수한 근시 억제 효과(67%)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 농도에서는 부작용이 매우 경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아시아권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원장은 “자기 전에 한 방울만 넣으면 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데다 다른 방법들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어 어린이 근시 억제에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무엇보다 근시 예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2-3-4-5 생활습관’을 추천했다. 매주 2시간 야외활동, 30분 근거리 작업 후 4m 이상 먼 곳을 50초 응시하는 것이다. 특히 외부 활동이 중요한데, 외부 활동이 40분만 늘어도 근시 발병률이 23% 감소하며, 일주일에 11시간 이상 야외 활동을 하는 어린이의 경우 근시 위험이 53%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원장은 “어릴 때부터 근시 진행을 늦추는 것은 미래에 생길 수 있는 눈병을 예방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