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최대 화주 중국 "한국 해운 업계와 협력 용의"

“한국 북극항로 민간단체 구성 때
중국 단체와 협력 주선 나설 것"
중화해외연의회 측 입장 밝혀
운항 노하우·물동량 확보 기회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2025-06-29 18:21:51

2019년 3월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4척을 한꺼번에 러시아 선주 소브콤플로트에 인도했다. 부산일보DB 2019년 3월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4척을 한꺼번에 러시아 선주 소브콤플로트에 인도했다. 부산일보DB

세계 해운물류 시장의 최대 고객이자, 북극항로를 독점적으로 운항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한국 해운물류 업계와의 민간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 확인됐다. 북극항로 물량 확보와 운항 경험 공유, 향후 북극 주변 막대한 자원 확보 차원에서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대외 경제협력 기구 ‘중화해외연의회(중외연)’가 추진하는 한중일 경제협력플랫폼 ‘동북아공동시장협의회’의 한국 측 창구인 ‘중한우호기업협의회’ 김덕준 회장은 최근 중외연 핵심 관계자로부터 ‘한국 해운·물류업계가 북극항로 추진 민간 단체를 구성하면 중국 측 단체와 협력하도록 주선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김 회장에 따르면 중외연 관계자는 “이미 북극항로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는 중국 측 물류·해운 업계에 상응하는 한국 측 민간 업계 단체가 창구가 되어 북극항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향후 중국과의 교류, 북극항로 논의에서 차별화 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상하이항을 일찌감치 북극항로 거점항으로 지정했고, 중국 국영 해운선사 COSCO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북극항로 운항 경험을 56차례나 축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로는 민영 ‘뉴뉴쉬핑’이 2023년부터 북극항로 정기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북극항로 운영을 관할하는 러시아 로사톰과 뉴뉴쉬핑이 양해각서(MOU)를 맺고 중국 상하이항과 러시아 아르한겔스크(핀란드 헬싱키 북동쪽 900km 도시)를 잇는 연중 복합운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 따른 서방 제재 이후 유럽으로의 합법적인 에너지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로부터 중국은 최대 에너지 구매처이자, 독점적인 북극항로 이용자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2014년 현대글로비스의 시험 운항 이후 북극항로 이용 경험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노하우와 경험 공유가 필요하다. 이는 국내 쇄빙·내빙선 건조에 필요한 정보 확보 차원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북극항로 물동량 일부 분담과 북극 자원 개발에 참여하려는 일본이 홋카이도 남단 하코다테항과 또 다른 항구 1곳을 환적항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국내 해운·물류 기업들을 주축으로 한 북극항로 민간 추진기구 구성과 중국과의 협의는 늦출 수 없는 현안일 수 있다.

게다가 북극이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인류의 마지막 자원 보고라는 점 때문에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각국의 관심이 높다. 미국 지질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북극에는 세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석유 매장량의 약 13%(900억 배럴), 천연가스 매장량의 30%(1670조 세제곱피트)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뿐만 아니라 니켈 구리 인산염 티타늄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이 대량으로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업계와 연구기관이 북극항로 최대 지분을 가진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중국과의 교류를 계기로, 러시아와도 대화 재개를 시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세계 최대 화주 국가인 중국을 무시하고 북극항로를 논의할 수 없는데,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의 북극항로 논의에서 빠져 있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물동량 확보 방안’을 모색할 기회가 열린 것”이라며 “자원 개발 차원에서도 북극항로 사업은 속도를 높여야 하는 만큼 관련 업계의 주도적 논의와 정부의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북아공동시장협의회는 중외연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2020년 부산시에 부산항신항 동북아 전자상거래 물류허브 구축과 연 300만 중국인 관광객 부울경 유치를 제안했던 단체다. 베이징·텐진시와의 협약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과 오거돈 부산시장 불명예 퇴진으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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