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4-10-29 15:12:18
김윤석, 송강호, 유재명, 현빈…. 믿고 보는 충무로 배우들의 신작이 몰려온다. 이들이 각각 주연으로 나선 작품들이 오는 12월 극장 관객을 찾는다. 코미디, 드라마, 역사 등 장르도 다채롭다. 어디 이뿐일까. 메가폰을 잡은 감독들의 이름 역시 화려해 한국영화 기대작을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재명은 새 작품 ‘소방관’으로 오는 12월 4일 극장가 나들이에 나선다. 이 작품은 2001년 3월 서울 홍제동 일대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을 위해 힘썼던 서부소방서 팀원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 ‘친구’(2001년) ‘똥개’(2003년) ‘극비수사’(2015년) 등을 만든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유재명뿐 아니라 곽도원, 이준혁, 주원, 장영남 등이 감동 실화를 스크린에 생생하게 옮겨냈다. 영화 포스터의 ‘살리기 위한 용기’라는 문구는 마지막까지 화마와 맞서 싸우는 소방관들의 활약을 주목하게 만든다. 실화의 진정성을 스크린에 그려온 곽 감독의 연출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2022년 음주운전으로 논란을 일으킨 곽도원은 이번 영화에서 부분 편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도원은 영화 홍보 일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김윤석이 나선 영화 ‘대가족’은 12월 11일 스크린에 걸린다. 이 작품은 스님이 된 아들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사장에게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윤석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을 맡아 따뜻한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메가폰은 영화 ‘변호인’(2013년) ‘강철비’(2020년) 등을 만든 양우석 감독이 잡았다. 그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굵직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던 양 감독은 이번엔 유쾌한 가족 코미디 영화에 도전한다. 자식이 찾아온 사실이 전국 라디오 방송에 생중계된 주지스님 역할은 이승기가 맡았다. 김윤석, 이승기 이외에도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 등이 출연했다.
충무로 대표 배우 중 한 명인 송강호도 같은 달 영화마을을 찾는다. 그는 오는 12월 중 개봉하는 영화 ‘1승’에서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감독을 연기한다. 그가 이 작품에서 맡은 ‘김우진’은 어딘지 모르게 ‘짠내’ 나는 인물이다. 힘든 시기, 한 시즌 통틀어 1승만 하면 된다는 구단주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자배구단 ‘핑크스톰’ 감독이 된다. 국내 최초로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연출과 각본은 영화 ‘동주’(2016년)과 ‘거미집’(2023년)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맡았다. 신 감독은 짜임새 있는 각본을 쓰기로 유명한 충무로 작가 겸 연출자다. 송강호와 함께 박정민, 장윤주 등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겨울 극장가 기대작 중 하나인 영화 ‘하얼빈’도 올 연말 공개된다. 이 작품은 현빈, 유재명, 박정민, 조우진, 이동욱, 전여빈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뭉친 데다 영화 ‘내부자들’(2015년) ‘남산의 부장들’(2020년) 등을 만든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라 기획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1909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의 숨 막히는 추적을 그린다. 우 감독은 “독립군의 정신이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스크린에 잘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연출 이유를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12월 개봉을 확정하면서 다음 달 공개를 택한 인기 외화와 맞대결은 피하게 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글래디에이터2’는 다음 달 13일에 개봉한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아리아나 그란데 주연의 ‘위키드’는 다음 달 20일 극장에 걸린다. 인기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두 번째 이야기인 ‘모아나2’는 다음 달 27일 국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영화계에선 다음 달 개봉하는 외화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월 개봉한 ‘베테랑2’ 이후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통틀어 그렇다 할 흥행작이 나오지 않고 있어 더욱 주목하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영화 기대작 4편이 비슷한 시기 스크린에 걸리면서 의도치 않은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극장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일이 겹치게 되면 모두에게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급사들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공생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나 다른 이슈로 개봉을 미뤘던 작품도 올해를 넘기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더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예전엔 개봉일을 겹치게 해 맞대결을 선택했다면 이젠 조금씩 기간을 둬서 공생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