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육성까지 나온 ‘명태균 사태’ 파장 어디까지

대통령실 “그저 좋게 얘기한 것” 해명에도 공천 개입 의혹 확산
명태균, 김 여사 공천 물론 장관 인사 개입 정황까지 언급
민주당 “대통령 임기 중 일어난 일” 탄핵 ‘결합’ 가능성 시사
여당 지도부 침묵 속 일각선 “김 여사 특검법 수용해야 돌파구”
명태균, 측근에 “가진 것 다 폭로” 언급, 사태 끝 알 수 없어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2024-10-31 16:48:25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명태균 씨에게 한 사실이 31일 드러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녹음본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고, 명 씨의 각종 발언을 ‘선거 브로커의 허세’로 치부한 국민의힘은 당혹감 속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민주당이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통화 녹음본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고 했고, 명 씨는 이에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의혹 수준이던 윤 대통령 내외의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로 볼 법하다.

대통령실은 그 직후 언론 공지에서 “(통화가 있었던 2022년 5월 9일)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명 씨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실제 하지 않은 공천 지시를 한 것처럼 언급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당시 당 공관위원장을 맡았던 윤상현 의원 역시 “역대 공관위에서 그걸(공관위 자료를) 대통령 당선인한테 가져가서 보고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 여사가 이걸(공천을) 이야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윤 대통령도 저에 대해 이런 지시 내린 적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 씨로부터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받았으나 당헌·당규상 원칙만을 설명했다”면서 공관위가 윤 대통령에게 공천 관련 보고를 했는지는 대통령실에서 해명해야 할 일이라고 공을 넘겼다.

대통령실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명 씨와 두 차례 만난 게 전부이며, 대선 경선 후엔 명 씨와 문자 또는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했었지만, 공개된 녹음본은 윤 대통령이 취임식 바로 전날까지 명 씨와 통화했음을 보여준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더 커지게 됐다. 민주당이 이날 추가로 공개한 녹음본에는 명 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한 배경을 지인에게 설명하면서 “지 마누라(김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 일 그거 처리 안 했어?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라고 하니까 윤 대통령이) ‘나는 했다,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한테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김 여사가) ‘그 장관 앉혀, 뭐 앉혀’, (윤 대통령은)아무것도 모르는데. 마누라(김 여사)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다”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은 물론 정부 고위직 인사 문제까지 광범위하게 개입하려 했음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공천 개입 의혹을 입증할 명확한 물증”이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당내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은 “여론조사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과 당선무효형 관련해서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하실 일”이라고 했지만,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공천 지시가)영향을 미치는 게, 5월 10일 취임식 날 (김 전 의원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대통령 임기 중에 일어난 일로 법적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재임 중 일어난 법 위반 행위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탄핵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분위기다.

반면 한동훈 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침묵했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국민과 지지자들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태 전환을 위해 특별감찰관을 선제적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특별감찰관으로 현 국면을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김 여사 특검법을 선제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친윤(친윤석열)계인 권성동 의원은 “당의 1호 당원인 대통령이나 당선인 입장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통화는)대통령 취임 전에 당선인 신분에서 대화였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되지도 않는다”고 엄호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있고, 명 씨 역시 최근 지인들에게 “구속되면 갖고 있는 녹취와 자료 다 폭로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번 사태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권 내부의 긴장감은 최고조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이날 창원의 명 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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