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 2024-10-31 10:46:57
검찰이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150억 원대 부당 대출 사건을 수사한 결과 허위 서류와 차명계좌가 동원된 사기 대출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이번 사건의 여파로 대출금 중 144억 원을 손실로 처리하게 됐다.
31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예가람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은 지난해 8월 31일 이 모 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시행업체에 각각 100억 원과 50억 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하지만 태광그룹 내부 감사 결과 해당 대출은 당시 태광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던 김 전 의장이 이 모 씨의 부탁을 받고 이은우 예가람·고려저축은행 대표에게 지시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태광그룹은 김 전 의장·이 모 씨·이 대표 등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사건은 허위 서류와 차명계좌가 동원된 사기 대출로 확인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2007년경 ‘드로잉컬처’ 모임에서 이 모 씨를 처음 알게 된 뒤 수십 차례에 걸쳐 골프 비용을 대납해 주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김 전 의장은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인 이 대표를 2022년 5월 고려저축은행 대표로 영입했고, 이듬해 4월부터 예가람저축은행 대표를 겸직하도록 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모 씨는 대출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토지담보부 차용약정서’와 ‘차용증 이행합의서’를 제3자와 짜고 허위로 작성했다. 대출금 150억 원 중 100억 원은 가짜 채권자 명의의 차명 계좌로 입금됐고, 이 모 씨는 9월 1일 본인 및 다른 차명 계좌로 전액 이체한 뒤 87억 원을 횡령해 주식에 투자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법인의 운영자금으로 전용했다.
특히 대출금 중 일부가 김 전 의장 측으로 흘러간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모 씨는 대출금 중 40억 원을 자기앞수표로 인출했는데 이중 일부가 김 전 의장 부인의 계좌에 입금됐다.
해당 대출이 부실로 확인됨에 따라 예가람저축은행은 대출금 100억 원 중 94억 원을, 고려저축은행은 대출금 50억 원 전액을 손실 처리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는 점이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지난 8월 대출금 중 이자 납부용으로 예가람저축은행 계좌에 미인출 상태로 남아있던 6억 원을 회수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의 경우 94억 원을 손실로 반영함에 따라 8월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신뢰성 측정 지표인 지급여력비율(BIS)이 14.8%에서 13.9%로 0.9%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치(11%)를 여전히 상회한다. 연체율은 6.3%에서 6.9%로 상승했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최근 사기대출을 주도한 이 대표와 이 모 씨 등을 상대로 피해 원금 144억 원과 이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채권 회수를 위해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고 이 모 씨의 부동산과 예금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사실상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최근 “김 전 의장은 이 사건이 일어나게 만든 실질적인 총책”이라며 “범죄를 직접 실행한 관련자들을 맺어주고 뒤에서 조정한 인물이니 철저한 수사를 통해 김 전 의장과 그 일당들의 범행을 낱낱이 밝혀 달라”는 내용의 엄벌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한편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사기 대출을 조기에 적발했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소중한 예금을 대출 피해에 노출시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소송과 가압류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채권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