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4-12-08 18:27:42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현 상황이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는 사실상의 ‘책임 총리’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는 담화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해 “내각은 정부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국정에 한 치의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대통령 퇴진 전까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당 대표와 총리의 회동을 정례화하겠다”며 “주1 회 이상의 정례 회동, 상시적 소통을 통해서 경제, 국방, 외교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서 한 치의 국정 공백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 등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나 퇴진 없이 한 총리가 국정을 맡는 것은 ‘위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한 총리, 한 대표가 합의한다고 해도 위헌 통치는 1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총리가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는 것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독자적 행정부 통할권, 공무원 임명권, 법령 심의권, 외교권을 행사할 수 없고, 무엇보다 군 통수권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책임 총리제’를 두고도 “헌법을 무시하고 나라를 비정상으로 끌고 가자는 위헌적, 무정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모든 권한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한 총리에게 이관되겠지만, 그런 법적 절차는 없었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매주 월요일 정오에 윤 대통령과 갖던 ‘주례 회동’을 취소했다. 이는 사실상 윤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갖고 가겠다는 한 총리의 구상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