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 2025-01-13 18:03:07
오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맞서 경영권 획득을 시도하는 영풍과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자격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는 스스로 국내법에 의해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라고 소개한다. 반면 주요 주주와 자본에 외국인이 상당수를 차지해 업계 일각에서는 고려아연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와 함께 MBK와 손잡은 영풍 역시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오염 문제와 수 년간 만성적인 적자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석포제련소는 올해도 폐수 유출에 따른 58일간 조업 정지로 1조 원 가량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자본시장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을 비롯해 부재훈 부회장 등 주요 경영자의 국적이 모두 미국이고, 고려아연 인수자금을 대는 펀드 6호의 80%가 중국 등 외국계 자금이다.
특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 의장 격 김병주 회장은 경영진 중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가지는 등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계 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 기술 유출 위험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도 규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입법조사처는 이학영 국회 부의장의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관련 질의’에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내법에 의해 설립됐으나 외국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외국인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술보호 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학영 부의장은 “외국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법인의 국가기간산업 지배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함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내달 26일부터 58일간 조업 정지 처분으로 공장을 멈추게 된다. 폐수 무단 배출과 무허가 배관설치 등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다.
석포제련소는 올해 매출액이 2023년(1조 5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인 5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부터 꾸준히 영업손실을 기록한 모기업인 영풍은 제련소 가동 중단 여파로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 하다.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의 정상화를 거론하며 경영권 인수에 나서기에는 다소 민망한 실적인 셈이다.
석포제련소는 2013년 이후 10년간 환경법령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가 76건에 달한다. 또 2021년에는 제련소 인근 낙동강에서 기준치의 4578배가 넘는 카드뮴이 검출돼 과징금 281억 원을 부과 받는 등 낙동강을 젖줄로 살아가는 부울경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오염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MBK·영풍 연합이 이처럼 외국인 투자와 부실경영으로 자격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온산제련소가 위치한 부울경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진다.
현재 고려아연의 주력사업지인 울산 온산제련소는 3000여 명의 노동자와 100여 개의 협력업체가 일하며 부울경 지역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자 상당수는 인근 부산과 경남에 거주하거나 생활권을 공유하고, 협력업체 대다수도 부산·경남에 소재한다”면서 “기업의 명운이 사업장 소재지인 울산 뿐만 아니라 부산과 경남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