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철벽 뒷문 우리가 맡는다”… 부활 노리는 마무리 투수들

롯데 자이언츠 대만 전지훈련
불펜의 중심 김원중과 구승민

김, 올해도 필승조 해결사 맡아
구, 후배 이끌어 주는 고참 역할
지난해 부진 씻고 전훈서 구슬땀
FA 동반 조기 잔류로 부담 덜어
몸 만들기와 부상 방지에 주력
“악착같이 훈련, 많은 응원 부탁”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2025-02-03 17:54:35

롯데 불펜진의 중심인 구승민(왼쪽)과 김원중. 대만/타이난=이재찬 기자 chan@ 롯데 불펜진의 중심인 구승민(왼쪽)과 김원중. 대만/타이난=이재찬 기자 chan@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바로 이거지~”.

3일(한국 시간) 오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인 대만 타이난 아시아태평양국제야구장. 불펜 피칭이 한창인 훈련장에서 묵직한 미트 소리와 함께 포수들의 우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불펜 피칭이 한창인 투수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공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하고, 주형광 투수 코치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선수들에게서 간절함이 엿보였다. 지난 시즌의 결과에 대한 무게감을 선수들 스스로 벗어버리려는 몸무림 같았다.

롯데가 지난해 가을야구에 초대 받지 못한 주된 이유는 허약한 마운드였다. 특히 불펜진의 부진이 아쉬웠다. 지난해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5.05로 7위에 머물렀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5.36으로 9위다. 역전패는 39차례를 당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롯데 전지훈련지인 대만 타이난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불펜의 부진 탓을 불펜진에게만 돌리지 않았다. 우선 감독 자신의 책임이고, 다음은 선발진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작년에 우리 선발이 좀 약했다. 선발이 약하면 중간이 힘들다”고 분석했다. 부상과 부진 등 여러 이유로 선발진이 오래 버텨주지 못했고, 그 부담이 불펜진에 과중되면서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분석대로 롯데는 지난해 선발이 약했다. 애런 윌커슨이 32경기에서 12승 8패, 평균자책점 3.84를 따내 팀 내 유일한 10승 투수였다. 찰리 반즈가 9승 6패, 평균자책점 3.35에 그쳤다.

국내 투수 중에는 박세웅이 최다승을 했는데 6승 11패, 평균자책점 4.78로 부진했다. 박세웅은 지난해 규정 이닝을 채운 6시즌 중 승수는 가장 적었고, 평균자책점은 가장 높았다. 당시 김 감독은 “너무 완벽하게 투구하려는 생각 탓에 오히려 제구력이 흔들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세웅과 함께 확실한 토종 선발로 인식됐던 나균안의 부진도 팀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나균안은 음주 파문과 사생활 문제로 흔들리며 4승 7패, 평균자책점 8.51로 투수 전향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전지훈련 중인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3일 대만 타이난의 아시아태평양국제야구센터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대만/타이난=이재찬 기자 chan@ 전지훈련 중인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3일 대만 타이난의 아시아태평양국제야구센터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대만/타이난=이재찬 기자 chan@

그렇다고 불펜진의 부진을 선발에게만 책임을 돌릴 순 없는 노릇이다.

필승조 구승민은 시즌 초반인 4월까지 평균자책점이 무려 21.94로 무너졌다. 불펜진에 힘을 실어주던 최준용과 ‘루키’ 전미르는 부상 등의 이유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급기야 ‘롯데의 수호신’ 김원중마저 7월 한 달 동안 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1.05로 흔들렸다. 온갖 악재 속에서 그마나 제 몫을 해주던 베테랑 김상수도 잦은 등반으로 결국 부진에 빠지며 불펜진의 몰락을 가져왔다.

롯데의 뒷문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필승조인 김원중과 구승민이 기둥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들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동반 활약하며 롯데 불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김원중은 2012년 입단 후 13년 동안 통산 381경기에 등판해 39승 49패, 13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2020년 마무리투수가 된 후에는 평균자책점이 3.58로 낮아졌고, 세이브는 오승환(삼성, 150세이브) 다음으로 많았다. 롯데에서만 100세이브 이상을 거둔 최초의 선수가 김원중이다.

김원중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으로 계약 기간 4년, 보장 금액 44억 원, 인센티브 10억 원 등 총액 54억 원에 롯데에 잔류했다. 일찌감치 롯데로 둥지를 정하며 훈련에 전념한 것이다.

타이난에서 만난 김원중은 지나간 과거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그는 “작년에 좀 안 좋은 시기도 있었지만 지나간 일이다”면서 “작년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않기 위해 더 잘 준비하고 있고,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즌을 잘 보낼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는 김원중은 “불펜이나 선발 모두가 한 사람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면서 “투수들 모두 같이 잘 하자고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승민도 롯데 필승조의 중심이다. 그는 통산 448경기에서 28승 30패, 5세이브, 121홀드,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했다. 구승민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50경기 20홀드’를 달성하며 2023시즌에는 롯데에서만 100홀드를 거둔 최초의 선수가 됐다.

구승민도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계약기간 2+2년 최대 21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12억 원, 인센티브 6억 원)에 계약하며 롯데에 남았다.

구승민은 “FA가 잘 마무리돼서 심적으로 편하다. 온전히 시즌에만 맞춰서 준비할 수 있어 좋다”면서 “전지훈련 분위기가 중요한데, 고참들이 솔선수범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그 속에 활기찬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구승민은 시즌 초반 부진을 경계했다. 그는 “시즌 초반에 항상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이 없도록 지금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선수들이 악착같이 훈련하고 있으니 팬들께서 많이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만/타이난=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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