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2025-07-02 07:00:00
지역 대표 조선 기자재 기업 선보공업이 1일 부산 사하구 구평공장에서 통합법인 ‘SB선보’의 공식 출범식을 개최했다. 기존 선보공업·선보유니텍·선보하이텍·선보피스 4개 법인을 통합한 것이다. 이날 최금식 회장은 ‘친환경 기술로 미래를 여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최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SB선보는 기존 조선 기자재 산업의 틀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와 해양 신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며 “이번 법인 통합으로 각 법인이 가진 전문성과 기술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결합해 고객이 요구하는 기술과 솔루션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겨냥 체급 상향
SB선보가 통합법인을 출범한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깔려 있다. 현재 선보공업은 육상 운송이 가능한 소형 제품을, 선보유니텍은 해상 운송용 대형 제품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또 선보하이텍은 호남권 조선소 담당 기자재 제조, 선보피스는 배관 공급 등 기능이 세분화돼 있다.
SB선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기자재로 세계적인 조선 기자재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체급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기능적으로 나눠진 부분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4개의 계열사 체계에서 기존 납품 형태의 제품 공급은 유지할 수 있지만 친환경 선박 관련 기자재 생산, 엔지니어링에 대규모 통합 법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을 보면 통합 대상 계열사들의 총 매출은 2500억 원 수준이다. SB선보는 현재 준비 중인 친환경 기자재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2026년 40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B선보 관계자는 “친환경 제품 시장은 단가도 높고 SB선보는 기자재를 단순 주문에 따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능력도 갖추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 시장이 커지고 K조선 기자재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만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탄소 포집 기술’
SB선보가 발표한 주요 미래 사업 전략은 △친환경 연료 전환 △탄소배출 저감 기술 상용화 △국제 협력을 통한 탄소 포집 및 활용(CCS) 네트워크 생태계 구축 등이다.
SB선보는 이미 LNG 연료 공급 시스템(FGSS)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메탄올·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공급 시스템(LFSS)의 본격 상용화도 완료했다. 또한 탄소배출 저감 분야에서는 선박 내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OCCS’(Onboard Carbon Capture System) 기술과 풍력 보조 추진 기술인 ‘WAPS’(Wind Assisted Propulsion System)를 2027년까지 실제 선박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해운기업 MOL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탄소 재활용과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내 7개 지역에서 수소 생산 시스템을 만들고 있으며,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여 CCS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시장에서의 격차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도 이어간다. 선보는 세계 최초로 ‘선박용 모듈 유닛’ 개념을 도입해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조선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선박 엔진룸에 탑재되는 선박용 모듈 유닛은 메인 엔진을 제외한 각종 장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나로 시스템화한 제품을 말한다. 또 엔진 연료와 음용수를 공급하는 오일 앤드 워터(Oil&Water) 유닛 부문에서도 국내 1위다.
■오픈이노베이션 우수 사례 되다
2016년 당시 선보유니텍에 있던 신사업기획팀이 나가 선보엔젤파트너스를 만들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심화되던 시기였고 기업이 살려면 제2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했는데 당시 기업 덩치가 크다 보니 유연성이 부족 내부에서 추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선보엔젤은 최영찬 대표가 오종훈 대표와 함께 이끌었다. 하지만 선보엔젤이 투자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품 개발까지는 잘 됐지만, 사업화까지 가지 못하고 그 사이 데스밸리에서 무너졌다. 선보의 주력 산업과의 괴리감도 컸다.
선보는 이에 핵심기술은 기존 스타트업이 계속 가지고 갈 수 있게 하되 사업화는 선보가 하는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 부분의 성공 사례가 ‘카본밸류’다. 선보엔젤파트너스와 선보유니텍 그리고 파트너 기업인 유벡이 2021년 ‘카본밸류’라는 탄소 포집 회사를 설립했다. 4년 가까이 연구에 매진한 끝에 지난 3월 공동으로 개발한 육상 및 해상용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가 선급 인증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오픈이노베이션의 결과가 SB선보의 미래 먹거리가 된 셈이다. 앞으로도 SB선보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산업 개발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대표는 “SB선보는 개별 기술 개발을 넘어 탄소 포집부터 저장, 재활용, 친환경 연료 및 수소 생태계까지 아우르는 ‘한국형 통합 탈탄소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이라며 “정부·기업 간 긴밀한 협력과 전략적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