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 돈이 된다? 심지어 쓸모도 많다!

■문학의 쓸모/앙투안 콩파뇽
프랑스 대표 지성이자 유명 작가
디지털 시대 맞는 문학 가치 제안
문학, 새로운 르네상스 도래 예측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4-17 14:07:13


디지털 시대, 문학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 프랑스 대학자가 이에 대해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디지털 시대, 문학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 프랑스 대학자가 이에 대해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디지털 시대, 문학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요약하자면, “문학은 돈이 안 돼, 옛날엔 몰라도 이제는 돈이 안 돼”라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보다 문학, 문화에 관심이 많고 전체 국민의 수준이 높다고 자부하는 프랑스조차 여러 작가와 학자들이 “내가 문학이 죽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라고 한탄하는 말을 하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의 문학 교육자이자 비평가, 작가로서 일생을 문학에 바친 사람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의했고, 프랑스 지성의 대표라는 소르본느 대학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문학을 가르쳤다. 수십 권의 연구서를 출간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학사원 회원으로 선출된 대학자이자 <~와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로,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작가이다. 2021년 교단에서 퇴임한 후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사람들에게 문학과 독서의 유용성을 설파하는 문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문학의 위대함을 예찬하며 문학의 필요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새로운 관점으로 냉정하게 지금의 시대에 문학이 어떤 쓸모가 있고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풀어간다.

<문학의 쓸모> 책 표지. 뮤진트리 제공 <문학의 쓸모> 책 표지. 뮤진트리 제공

저자는 ‘문학이 돈이 되는가’ ‘지금의 교육시스템과 사회에서 문학 분야는 왜 뒤처지는가’ ‘절대적으로 시간을 써야만 하는 문학에 생산성 개선의 여지가 있는가’ 이렇게 세 가지 관점에서 문학의 쓸모를 짚어본다.

먼저 문학의 수익성을 따져보자. 현재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시집이자 프랑스 시 전체를 대표하는 시집으로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꼽힌다. 생전에 보들레르는 신문 편집자들에게 작품 게재를 간청하고, 어머니에게 수시로 도움을 요청하며 궁핍 속에서 근근이 삶을 이어갔다. 생의 마지막까지 재정적으로 불안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는 수익성이 가장 높은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문제는 너무 늦게 돈이 되었다는 점이다. 사후 50여 년이 지나서야, <악의 꽃>은 큰 보상이 되었다. 그 시집으로 벌게 되었을 인세 수입은 어마어마하지만, 작가는 살아생전 누릴 수 없었다.

단기 성과를 대단히 중요시하는 이 시대에 문학의 투자 성과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문학 작품은 모두 하나하나가 다 복제할 수 없는 원형이며, 큰 변화 없이 재탕하는 산업 분야와 차별성이 있다. 저자는 문학이 어떻게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수익을 제공해 주는지, 다른 관점으로 계산해 보자고 제안한다.

물건을 시리즈로 생산하면 비용이 줄어들지만, 원형을 만든다는 건 시간이 많이 든다. 생산성 향상 측면으로 보면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저자는 문화(문학)를 미용에 비유하며 다른 관점을 제안한다. 남성 미용에서 이룬 마지막 진보는 손가위를 전기이발기로 대체한 것 뿐이고, 품질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많이 줄이는방법이 없다. 전기이발기 이후 어떤 진보도 없었지만, 머리 자르는 데 드는 비용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잘라야 할 머리카락은 늘 있기 때문에 미용사는 앞으로도 늘 있을 것이다. 문학은 인간의 태생적 욕구이고, 자아실현이 가능한 참된 삶은 오직 문학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프루스트의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학적 소양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적 우위를 가지도록 돕는다. 문학적 소양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적 우위를 가지도록 돕는다.

저자는 충분한 문학적 소양을 갖추면 모든 활동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며 사회적 역량까지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경제학 사회학에서도 이론의 짜임새를 문학적 수사로 잘 다듬은 이론들이 더 잘 살아남는다. ‘꿀벌의 우화’ ‘블랙 스완’ ‘마태효과’ 등이 언급된다. 의학 분야에서도 질병 이야기에 서사적 역량을 더한 서사 의학이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의료계의 한구석을 파고 들었다. 모든 분야에 스토리가 더해져야 근사해지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책을 안 읽는 정치인, 문학적 수사를 제때 활용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심지어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에선 2012년 대선에서 사르코지가 프랑수아 올랑드에게 패한 건 그의 문학적 소양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와 학교 교육에서 문학이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취업을 위해 실용적 기술을 선호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문학적 소양은 모든 영역에서 중요시되는 것이 확실하니 모든 교과 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문학을 오히려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저자는 문학과 독서, 둘의 응집체인 문학적 소양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안겨주기에, “문학은 큰 이득을 보게 해 주는 투자이자 돈이 된다”고 확신한다. 앙투안 콩파뇽 지음/김병욱 옮김/뮤진트리/240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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