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2025-04-29 15:13:33
강추위와 무더위가 오가는 4월 날씨에 개화율이 평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당장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경남 합천·산청군 황매산 철쭉제가 주인공인 철쭉 없이 막을 올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29일 합천·산청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철쭉 개화율은 15%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제 꽃봉오리가 뭉쳐 있는 정도다. 온통 진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어야 할 군락지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이맘때 황매산 철쭉 개화율은 50% 안팎이었다. 앞선 2023년에는 60% 수준이었다.
당장 진분홍빛 철쭉을 보기 위해 황매산을 찾은 관광객들은 너무 낮은 개화율에 놀란 모습이다. 대구에서 온 김아영 씨는 “항상 이맘때 황매산을 찾는데 올해는 너무 철쭉이 안 피어서 깜짝 놀랐다. 사진 찍기도 애매하다. 미리 알아보고 와야 했는데 실수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철쭉 개화율이 뚝 떨어진 건 이상기후 탓이다.
이달 초만 해도 합천·산청군 최저기온은 영하권을 보였고, 최고 기온은 20도에 육박했다. 일교차가 20도 이상을 웃돈 셈이다.
그렇다고 기온이 일정한 것도 아니었다. 낮 최고기온이 12도와 28도까지 널을 뛰며 오르내렸다.
여기에다 이달 황매산에는 3차례 이상 눈까지 내리며 개화 속도는 한참 늦어졌다.
합천군 관계자는 “지난 14일에는 꽤 많은 눈이 내렸고 이후에도 싸라기눈이 내렸다. 4월치고는 이례적으로 영하권 날씨도 몇 차례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절반 가까이 꽃이 피어야 하지만 올해는 유독 꽃이 피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철쭉 개화가 늦어지면서 전국 최대 규모 황매산 철쭉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황매산은 해발 800m 평전에 60만㎡ 규모 철쭉 군락지가 있다. 한국 3대 철쭉 명산에 꼽힌다.
황매산 평전은 1970년대 당시 목장으로 사용됐는데, 방목한 젖소와 양들이 독성을 가진 철쭉만 남기고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 치우면서 지금과 같은 대규모 철쭉 군락이 형성됐다.
이후 주민들이 철쭉 군락지 보존을 위해 문화 행사를 개최하면서 철쭉제가 탄생했다.
또한, 황매산은 합천군과 산청군에 걸쳐 있어 두 지자체에서 같은 기간 따로 철쭉제를 개최하는데, 두 곳 모두 합쳐 연간 70~8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올해 황매산 철쭉제는 5월 1일부터 11일까지 펼쳐진다. 매년 4월 말 즈음 열리던 개막식을 봄꽃이 늦어지는 걸 감안해 일주일 늦췄는데 그런데도 꽃이 거의 피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황매산 철쭉제는 지난 2023년과 2024년에 강풍과 함께 주말마다 비가 내리면서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 축제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는데 이번에는 낮은 개화율에 발목이 잡혔다.
합천군과 산청군은 급한 대로 체험·공연 프로그램을 보강하고 있지만 남은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산청군 관계자는 “당장 축제를 연기할 수도 없고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관람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한계가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무료 체험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변덕 심한 날씨 탓에 철쭉제 이후 줄줄이 예정된 다른 봄꽃 축제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고양국제꽃박람회’, 충북 청주시 청남대에서는 ‘영춘제’, 전남 보성군 ‘철쭉문화제’ 등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 사이 전국 곳곳에서 막바지 봄꽃 축제가 예정돼 있다.
특히 다음 달 1일부터 6일까지 황금연휴가 예정된 만큼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다들 생각보다 더딘 개화 속도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