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2025-05-13 07:00:00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면서 5월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홍역 환자가 늘고 있다. 한국은 2014년 WHO로부터 홍역 퇴치국 인증을 받았지만, 이 같은 해외 유입 사례 증가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홍역은 공기로 전파될 수 있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호흡기 감염병인 만큼 증상이 나타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18주 차)까지 발생한 홍역 환자는 총 5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9명)보다 1.3배 증가한 수치다. 이 중 69.2%(36명)는 해외 방문지에서 감염돼 국내 입국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지역은 베트남(33명)이 압도적이었으며, 우즈베키스탄과 태국, 이탈리아에서 각 1명이 확인됐다. 가정과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전파된 해외유입 사례는 1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73.1%(38명)는 19세 이상 성인이고, 61.5%(32명)는 홍역 백신 접종력이 없거나 모르는 경우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 아메리카 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등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1만 1972명의 환자를 기록한 서태평양 지역의 경우, 올해 들어서는 필리핀(766명)이 가장 많았으며, 중국(577명), 캄보디아(544명), 베트남(151명) 등이 뒤를 이었다.
홍역은 접촉 시 전염력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7~21일 잠복기를 거쳐 발열과 발진, 기침 등의 증세를 보인다. 질병청은 홍역을 검역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홍역에 감염되면 격리는 필수다. 홍역은 발진 발생 후 최소 4일간 전염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학교와 직장 등에 나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질병청은 베트남,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등 홍역 유행국을 다녀온 뒤 귀국 후 3주 이내 발열,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타인과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의료기관을 찾아 해외 여행력을 알린 뒤 진료 받을 것을 권고했다. 질병청은 특히 백신 1차 접종 이전 영아나 임신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이 있는 가정에서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고했다.
홍역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백신접종이 유일하고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소아의 경우 생후 12~15개월, 만 4~6세에 총 2회 MMR 백신을 맞아야 충분한 면역이 생긴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김슬기 감염내과 교수는 “성인의 경우 이전에 홍역을 앓았거나 접종한 이력이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MMR 백신은 생백신이기 때문에 임신 중에는 접종할 수 없어 가임기 여성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면역체계가 취약한 12개월 미만 영아는 홍역에 감염되면 폐렴, 중이염, 뇌염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 감염 예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할 경우 생후 6~11개월 영아도 최소 출국 2주 전에 홍역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권장된다. 질병관리청 지영미 청장은 “의료기관에서도 의심환자 발생 시 관할 보건소에 즉시 신고하고, 소아병의원 등에서는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 2회 접종 여부를 확인해 접종을 완료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