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HMM 부산 이전', 정교한 로드맵 필요하다

HMM 부산 이전, 대선 이슈로 부상
이준석 “공약·상법 개정 모순” 직격
산은 전철 밟지 않으려면 정교한 전략 필요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5-05-15 16:43:1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HMM 이전 문제가 대선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강조하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윤석열 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이 답보 상태에 빠진 전례를 반면교사해, 이 후보의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선 보다 정교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북극항로 개척을 앞두고 대한민국 최대 해운회사인 HMM을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전국해운노조협의회 권기흥 에이치라인해운노동조합 위원장, HMM 봉진완 해원연합노조(선원노조)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이들은 정책 협약 퍼포먼스를 통해 HMM 이전 공약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공약한 HMM 본사 이전과 관련해 노조 동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 사무직 중심의 민주노총 소속 HMM육상노조는 “본사 기능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고객 응대와 물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HMM 사측 역시 “경영진과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에 가세했다. 같은 날 부산에서 유세 중이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후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의 골자가 대주주·경영진이 일반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인데, HMM 이전이 과연 주주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결정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HMM 이전이 뻥인가, 상법개정안이 뻥인가”라며 “이재명 후보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전재수 의원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SNS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그는 “HMM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건물 이전이 아니라 기업 경영 구조를 바꾸는 전략적 변화”라고 강조하며, “부산항과 가까워지면 현장 중심 경영이 가능해지고, 해수부와 해사법원, 관련 해운기업들이 함께 이전할 경우 집적 효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상법개정안과도 모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도 “HMM은 민간 회사라 이전이 간단하지 않지만,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인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정치는 실현 가능한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 검증받는 것”이라며 공약 실행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HMM은 민간 기업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정부 지분이 상당하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36.0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67%를 보유하고 있어 두 기관의 지분만 합쳐도 71.69%에 이른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수출입은행 지분까지 포함하면 정부 측 지분은 80%에 달한다. 이 같은 구조는 이 후보의 이전 공약이 실현 가능하다는 주장에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두고 유사한 시도였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사례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산은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노조 반발과 국회 설득 실패, 금융계 반대 등에 부딪혀 끝내 추진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HMM 본사 이전이 실제로 추진되기 위해선 보다 정교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본사 이전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경영 판단 영역에 해당하고, 정부가 대주주라고 해도 시장 반응이나 소액주주 권리를 무시한 채 단일 노조와의 협약만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 공시 등 법적 절차도 모두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약 발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HMM의 부산 이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단일 노조와의 협약을 넘어서 전체 노조, 경영진, 주주들과의 충분한 공론화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분과 실익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면, 산업은행 이전 사례처럼 공약이 정치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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