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2025-05-19 20:33:00
지역 내 공공기관들의 지방은행 예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부산일보 5월 8일 자 8면 등 보도)가 거세지자 부산시도 현황 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일부 공공기관들이 ‘최고 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내세우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 상생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지난 8일부터 시 산하 공공기관 중 지방은행 예치 비율이 낮은 기관을 중심으로 현황 파악에 나섰다. 일부 산하 기관 예치율이 낮은 이유를 찾아 내용을 뜯어보겠다는 취지다.
시는 이런 조치가 지방은행 지원의 일환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방은행은 지역 인재 채용과 소상공인 지원, 지역 사회 공헌 활동 등 지역 경제 버팀목이자 ‘돈맥’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최근 지역 경기침체와 인터넷은행·빅테크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입지가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시중은행도 공격적으로 지방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 환경도 지방은행에는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서 비수도권 지역에 낮은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예고했지만, 지방은행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규제 완화만으로 지방 금융 생태계의 구조적 침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는 지역 공공기관이 나서서 지방은행을 따받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원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A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라도 수익성·공공성을 위해 금리를 더 주는 은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낮은 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택하게 되면 오히려 회사에 고의로 손해를 끼치는 배임이 되고, 경영 평가에서는 더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다만, 이를 보완할 제도적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역 인재 채용 시 가점을 주는 것처럼, 지방은행과의 거래량이 많은 기관에는 경영 평가에서 가점을 주는 등의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 입장은 전혀 다르다. 시 관계자는 그러나 “이자는 시점에 따라 늘 유동적이기 때문에 배임이라는 논리는 쉽게 성립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자금 규모와 운용 기간, 예치 당시 기준금리, 은행의 자금 수요와 공급 상황이 다르다 보니 예치 시점에 따라 금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A기관과 반대되는 예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지난해 부산은행 예치금이 각각 0%에서 53%로, 28%에서 90%로 대폭 늘렸다. 둘 다 이유는 같았는데, 예치 당시 각 은행이 제시한 금리 중 부산은행이 가장 높아 지방은행을 택한 사례였다.
지방은행의 위기는 전국 지방은행에 공통사항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차원에서도 국회와 제도 개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상원 동아대 금융학과 교수는 “주거래 은행으로 수익률 높은 은행을 택하는 건 어느 기업이든 마찬가지”라면서도 “공공기관이라면 100%가 아니라 일정 비율은 지역 은행과 거래 했을 때 경영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등 평가 관련 규정을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기재부 등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부산시 산하 기관들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지방은행을 이용하고, 이 자금이 지역에서 선순환될 수 있도록 부산시와 지방은행이 함께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