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5-19 16:07:49
“철옹성을 뚫을 마지막 병기는 단일화뿐이다.” 6·3 대선이 임박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독주를 막을 국민의힘의 ‘카드’가 마땅치 않다. 보수진영에서는 대선 판을 흔들 마지막 변수이자 유일한 카드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꼽는다. 이준석 후보가 연일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선 투표용지 인쇄일을 앞두고 단일화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19일 정치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5일은 6·3 대선 투표용지 인쇄일이다. 이에 보수진영에서는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전에 단일화를 이뤄야 표 분산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일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24일 전에 단일화할 경우, 물러나는 후보는 투표 용지에 ‘사퇴’로 표기돼 표 분산을 차단할 수 있다. 만일 25일을 넘겨 단일화를 할 경우, 후보가 힘을 합치더라도 후보 기호 번호가 나뉘어져 표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일화로 이르는 길은 그리 녹녹치 않다. 이준석 후보는 전날 TV 토론회에서 김 후보와 ‘연대 이미지’를 구축하긴 했지만, 양측의 셈법부터 판이하다. 국민의힘은 이후보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중도층 확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 후보는 독자 노선을 통한 완주 의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주재로 열린 서울시청 토론회에서 대면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후보는 김 후보의 ‘러브콜’을 이날도 외면했다.
이날 김 후보는 “이 후보는 우리 당 대표를 한 분이고, 생각이 다를 게 없다”며 “우리 당이 조금 잘못한 점이 있어서 헤어졌으나 하나도 멀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김 후보의 진정성과 보수 진영을 규합해 선거를 치러보려는 선의는 의심 안 하지만 이길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단일화 논의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 “제 정치적 입장이 달라질 것은 없다”며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를 거듭 일축했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양측 모두 ‘독자 출마’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 외에 이재명 후보를 막을 복안은 현재 국민의힘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 후보의 최대 악재였던 사법리스크는 잠시 멈춰선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고리로 연일 국민의힘 빈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판세가 불리하게 흘러가는 만큼 이를 뒤흔들 ‘한방’ 없이는 김 후보가 이변을 만들어내긴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대로는 이재명 후보의 독주를 막기가 쉽지 않다’는 자조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선 전까지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을 확 끌어올리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도 일시 봉합된 상태라 상황은 더욱 힘들다”며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단일화만이 판을 뒤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준석 후보의 일관된 거리두기에 국민의힘이 속앓이를 하는 가운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세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과반 지지율을 얻어내며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기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유명무실해진 국민의힘 ‘빅텐트’와 달리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을 입당시키고 3지대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등 ‘이재명발 빅텐트’도 넓혀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