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지만...” 공공배달앱 부진에 부울경 '진땀'

부산 동백통, 이용률 저조로 지난해 폐지
울산·경남 공공배달앱도 주문 ‘들쭉날쭉’
경남은 지자체 7곳 운영했으나 3곳 중단
지역경제·소상공인 부양 공감대 형성에도
인지도·가맹점·소비자 혜택 부족이 ‘발목’
“점주 참여, 민관 협력” 자성의 목소리도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2025-05-20 08:00:00

경남 김해시 공공 배달앱 ‘먹깨비’ 스티커를 부착한 오토바이가 지난 11일 어방동 인제대 삼거리를 지나고 있다.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시 공공 배달앱 ‘먹깨비’ 스티커를 부착한 오토바이가 지난 11일 어방동 인제대 삼거리를 지나고 있다. 이경민 기자

소상공인 부담을 덜기 위해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도입한 공공 배달앱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부산의 공공 배달앱인 ‘동백통’이 지난해 이용률 저조로 폐지된 데 이어 울산과 경남에서도 가맹점 확보와 소비자 혜택 부족으로 민간 플랫폼과 경쟁하기엔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의 기초지자체 7곳이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공 배달앱을 출시했다. 그러나 벌써 이 중 3곳이 운영난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거제시가 2022년 말, 창원시와 진주시가 지난해 말 각각 서비스를 중단했다.

남은 곳은 김해시와 양산시, 밀양시, 통영시 4곳이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 역시 예산이 줄면서 실적 부진 등에 시달리고 있다. 민간 플랫폼의 과도한 주문 수수료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공공 플랫폼을 활성화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김해시 공공 배달앱 ‘먹깨비’는 지난달 말 가맹점 수가 3106곳이었다. 1년 사이 가맹점이 631곳, 25.5% 늘었다.

김해시와 먹깨비가 협약을 맺은 2022년 5월 이후 회원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3만 1225명이던 회원은 지난달 4만 4183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플랫폼의 성과 지표라 할 수 있는 주문 건수가 들쭉날쭉해 실효성에 의문의 제기된다.

1일 평균 주문 건수는 2023년 447건, 2024년 248건, 올해 613건으로 집계됐다. 김해시가 할인 이벤트에 예산을 쏟아부으면 주문 수가 늘었다가 그렇지 않으면 다시 줄어드는 식이다. 먹깨비에 투입된 김해시 예산은 2022년 8000만 원, 2023년 7440만 원, 2024년 2500만 원 투입됐다.

김해시 민생경제과 측은 “신규 소비자 진입을 위해 주로 첫 주문 또는 재주문 이용자에 할인 이벤트를 제공한다. 1건당 2000~4000원 선”이라며 “먹깨비의 경우 평소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은 거의 없다 보니 할인 이벤트 기간에만 주문 건수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낮은 수수류를 앞세운 공공 배달앱에 대한 자영업자의 기대는 컸다.

지난해 9월 김해소상공인연합회 등이 민간 배달앱 탈퇴를 선언하며 공공 배달앱으로 전환하는 데 힘을 싣기도 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민간 배달앱이 주문 수수료를 기습적으로 올렸다는 게 반발 이유였지만, 매출액은 2023년 42억 원, 2024년 24억 원으로 되레 줄었다.

김해 율하동의 한 횟집 사장은 “먹깨비 가맹점이지만 사실 해당 앱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삼계동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업주도 “주문 한두 건이 아쉬운 마당이라 수수료가 비싸지만 손님 대부분이 사용하는 기존 민간 플랫폼을 해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울산의 공공 배달앱 ‘울산페달’도 경남과 비슷한 실정이다. 2021년 3월 도입 당시에만 이용객이 반짝 증가한 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울산시는 홍보 예산으로 2021년 1억 200만 원, 2022년 9000만 원, 2023년 9000만 원, 2024년 5000만 원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진 못했다.

이에 울산시는 운영사를 변경하고 지난달부터 지역화폐 ‘울산페이’와 울산페달을 연계 운영해 이용 활성화를 꾀한다. 올해 예산도 지난해 배 수준인 1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기준 울산페달 가맹점은 2756개, 회원 수는 6만 9000명이다.

울산시 기업지원과 측은 “통합 운영으로 바뀌면서 울산페이 이용자 32만 명이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울산페달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울산페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가맹점과 회원이 실질적인 혜택이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 배달앱이 기존의 민간 배달앱의 자리를 대체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낮은 인지도와 가맹점 확장 문제, 소비자 혜택 부족 등이 선결 과제다. 당장 소비자들은 부정기적이고 단발적인 지자체 혜택만 보고 기존 배달앱을 바꿀 생각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배달앱을 사용한다는 김지은(42) 씨는 “취지가 좋아서 바꿔보려고 했지만, 자주 이용하는 가게들이 가맹점이 아니어서 불편했다”며 “한두 차례 진행되는 할인 이벤트로는 부족하고 가맹점과 소비자 혜택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 배달앱 활성화를 위해 자영업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의 신규 정책이나 예산 투입에만 목을 맬 게 아니라 자영업자 스스로의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해소상공인연합회 김길수 회장은 “많은 지자체가 공공 배달앱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배민·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90% 이상”이라며 “점주도 쿠폰을 발행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해야 대기업을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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