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2025-06-04 01:10:5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면서 이 후보가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내놓았던 공약이 실현될지 이목이 쏠린다. 이 후보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중심으로 HMM을 비롯한 해양 물류 대기업 이전 유도,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 등으로 해양수도 부산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정부 부처인 해수부 이전은 임기 초반 강력한 추진 동력이 있을 때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HMM 본사 이전은 노조 반발을,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은 기존 국책은행과 역할 차별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해수부 임기 초 이전?
해수부 부산 이전은 이 후보의 공약 가운데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 해수부는 19개 부처 중 하나로,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이전할 수 있다. 민주당 부산 선거대책위원회도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해수부 이전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이 후보의 해양수도 부산 구상의 첫 단추다. 이 후보는 해수부 이전을 통해 해양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일원화해 정책 대응력을 높이고, 관련 기관과 기업 이전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 후보가 공식 선거 운동기간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을 방문했을 때도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부산은 쇠락하고 인천은 성장하니 (부산이) 계속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해수부 부산 이전을 강조한 만큼, 추진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HMM 이전, 정교한 전략 필요
가장 핵심 쟁점이 되는 공약은 HMM 부산 이전이다. 이 후보가 약속한 HMM 이전을 육상노조가 반대하고 나서, 노사정 협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경영진, 주주들과의 논의가 길어질 수 있어 임기 초반 해당 공약이 현실화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육상노조는 “이전 여부에 대해 동의한 적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이 후보는 지난 1일 부산을 찾아 “정부 지분이 70%를 넘는 만큼 정부 정책으로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노동자들을 설득해서 동의 받되, 끝까지 안 하면 그냥 해야지 어떻게 하겠나”고 강조했다. 실제 HMM은 민간 기업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정부 지분이 크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부 측 지분은 70%가 넘는다. 이 후보 주장대로 본사 이전은 실현 가능하지만, 산업은행 이전이 국회 설득과 노조·금융계 반발 등을 넘지 못해 무산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시민사회는 이 후보의 공약 가운데 HMM 이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산은 심각한 고령화와 함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 인구의 타 시도 유출이 두드러진다. 매출액 기준 전국 100대 기업에 속하는 부산 소재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시가 총액 100위 안에 드는 HMM 이전 실천 여부에 따라 부산 시민들의 차기 정부 지지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 로드맵 관건
이 후보가 약속한 동남권 투자은행 설립은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아 실현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일 부산을 찾았을 때 동남투자은행 설립을 약속했다. 자본금 3조 원 규모의 지역 기반 정책 금융기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정책 기금 운용으로 동남권 주력 산업인 조선업과 자동차, 부품 소재 등에 자금을 투자하고 융자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해양 금융으로 북극항로를 뒷받침하고, 산업 금융으로 동남권 제조업 벨트의 산업 대전환을 주도하며,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국책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가 초기 자본금을 중앙정부와 지자체,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이 공동 출자해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동남권 투자은행이 이들 은행과 역할 중복을 어떻게 피할지,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지 세밀한 방안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산업은행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실익이 있는지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불가능한 약속, 할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며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내세웠던 만큼,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내놓았던 공약이 국정 우선 과제로 채택, 임기 초반 빠르게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