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새 정부 출범하자마자 충돌…형소법·방송법 등 대치 예고

민주당, 특검법 이어 형소법도 추진
국민의힘 “셀프 면죄·방송장악 시도”
여당 과반 속 야당은 대응 난망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5-06-08 16:05:16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70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여야가 주요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입법 주도권을 앞세워 핵심 과제를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은 “정권 입맛에 맞춘 법 개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권 초기 이른바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전면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직후부터 입법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5일 ‘1호 법안’으로 3대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본회의 처리한 데 이어, 오는 12일 다시 본회의를 열고 추가 법안 처리를 추진한다.

12일 본회의에서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는 대통령 당선 시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어, 민주당은 그 전에 관련 내용을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구조를 손질하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함께, 상법 개정안도 추진된다. 해당 법안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포함됐고, 유예 기간 없이 즉시 시행하는 내용도 담겼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주충실의무법’(상법), ‘쌀값정상화법’(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강력히 추진했으나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민생 법안들”이라며 “이제는 거부권에 막힐 일이 없다”고 밝혔다.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대해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을 회피하려는 ‘셀프 사면’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방송 3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존 반대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입법 주도권이 민주당에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견제 장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실질적 저지 수단 없이 고립돼 있다.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 사례처럼, 국민의힘은 본회의 퇴장과 반대 토론 외에 뚜렷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원내 사령탑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 차원의 조직적 대응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라고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주진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돌려주고 법사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은 국회 관행보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더 중요하다며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독식했다”며 “헌정사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상호 견제를 위해 서로 다른 정당이 맡아왔다. 민주당이 이 관행을 무시하면서 여야 협치는 사라졌고, 민생 법안 숙의 기능도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민주당은 여당이다. 그간 민주당이 강조해온 대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거수기 역할의 민주당 법사위원장으로는 법안 검토와 사법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새 정부의 첫 임무는 ‘말로만 통합’이 아닌 ‘국회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태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서영교 의원은 주 의원의 주장에 대해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서 의원은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은 22대 국회가 출범할 때 의석수에 따라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1년 만에 원내대표가 바뀌었다고 해서 다시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이고 상임위원장 배분은 의석수에 맞게 했다”며 “그래서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협상한 대로 저희가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의회 주도권을 장악한 여당과, 방어 수단이 없는 소수 야당 간의 대치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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