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 2025-06-08 18:18:23
북극항로 개척이 부울경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라는 이재명 정부의 비전과 관련해 정부 부처와 산업, 국제 협력 등의 틀을 뛰어넘는 범국가 차원의 북극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발간한 동향분석 207호에서 글로벌 경쟁의 장으로 부상한 북극항로에 대해 범국가 차원의 ‘2030 북극항로 신전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략 수립이 시급한 이유로 북극을 둘러싼 주요한 환경 변화 4가지를 꼽았다. △지난해 북극 해빙 면적이 위성 관측 이래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북극의 온난화 속도가 지구 평균보다 4배, 일부 지역은 최대 7배 빨라 북극항로 활용 가능성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 해상 무역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남방항로(남중국해, 수에즈운하)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사고와 테러 등으로 우회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 △군사화와 무관한 협력의 공간이라는 ‘북극 예외주의’가 퇴색하고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이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 △주변국들의 다양한 활용 전략 때문에 경쟁과 협력이 중첩되는 북극을 만들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처럼 북극항로가 단순한 해운 항로가 아니라 외교와 군사, 자원,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가 교차하는 복합 의제이므로 단일 부처 중심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범국가 차원의 북극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가능성이 아닌 ‘현실’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북극전략 수립에 앞서 필요한 분야별 과제 4가지도 제시했다. 우선 거버넌스 측면에서 북극권 8개 국가와 양자 협력 전략을 수립하고, 국가별 맞춤형 협력 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 추진 구조가 결국 북극항로 진출의 국제협력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 번째로 보고서는 산업 간 중복 투자와 정책 충돌을 막기 위해 범부처 민간 연계 통합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친환경 쇄빙·내빙 선박 건조와 운용, 에너지·자원 연계 화물 확보, 북극해 거점 항만 구축 등 상호 의존적 산업 구조를 통합적으로 조율함으로써 실질적 시장 진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 번째로 극지 항해 인력 양성, 연구선 운용 등의 하드웨어 확충과 함께 소프트웨어 인프라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북극해운정보플랫폼 기반의 데이터 분석, 경로 최적화, 실시간 정보 제공 등으로 운항 의사 결정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한 북극에 대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맞춰 우리도 단순 항로 이용을 넘어 북극권 국가와의 친환경 항만 협력, 저탄소 물류체계 실증, 극지 산업 생태계 육성 등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한편 KMI는 극지전략연구실 중심으로 북극항로지원단을 신설해 2050년까지의 북극항로 진출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나선다. 부산항만공사(BPA)는 10일 오후 2시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BPEX)에서 ‘친환경 북극항로 포럼’을 열고 부산항이 북극항로 거점항이 되기 위한 과제와 기회를 놓고 토론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