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2025-06-26 17:43:57
부산 금정구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는 골프장에서 독성이 강한 농약을 사용해 제초 작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관계 기관이 관리와 처분 주체를 놓고 책임을 미루고 있다. 관리·처분 주체가 정해져야 업무 진행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사는 물론 불법 여부에 대한 판단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26일 부산 금정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 17일 상수도보호구역에 위치한 부산 금정구 노포동 부산컨트리클럽(이하 부산CC)에서 제초 과정에서 농약이 과다 사용됐다는 의혹을 접하고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달 일부 이용객들은 부산CC에서 코스 내 잔디를 교체하면서 기존 잔디를 빨리 고사시켜 작업 속도를 높이려고 ‘근사미’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잔디 교체 작업을 기록한 작업일지엔 제초제 중 하나인 ‘근사미’가 누적 1088L가 사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청은 부산CC 측에 농약 사용 여부를 확인했고 부산CC 측은 “하청 업체가 잔디 교체 작업을 담당해 자세히는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청의 이 같은 현장 조사가 제대로 된 진실 규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청은 당일 현장에서 시료 채취 등을 하지 않았고 의혹이 사실로 확인 될 경우 처벌이 가능한지 등 관련 법규 검토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은 상수원보호구역인만큼 상수도사업본부가 수도법에 따라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골프장 관리는 구청의 업무지만 상수도보호구역 관련 처분은 상수도사업본부의 업무라는 논리다.
반면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도법에 따라 구역 내 위법 행위에 대한 처분권이 구청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수도본부는 수질을 담당하는데, 현재까지 농약에 따른 수질 오염 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처분 권한은 구청에 있다는 입장이다.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주체가 시료 채취를 해야한다며 서로 업무를 미루면서,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가장 기본적인 시료 채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계 기관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불법 농약 사용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모호해졌다. 부산CC에서 농약을 사용한 폐토나 잔디를 처분해버리면 농약 사용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지난달 부산CC를 이용한 한 이용객은 “어지러움증을 호소할 정도로 풀 근처에서 냄새가 났는데 단속조차 안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정구청 측은 다음 주 초 상수도사업본부와 단속, 처분 권한 등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처분 주체를 명확히 한 후 필요에 따라 고발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