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바뀐 ‘노바디 2’, 원작과 비교하면… [경건한 주말]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2025-08-29 06:42:10

일당백으로 나쁜 놈들을 처치하는 캐릭터는 멋쟁이들의 차지였습니다. 키아누 리브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존 윅’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생긴 아저씨라면 어떨까요. 영화 ‘노바디’(2019)는 이런 참신한 설정에 화끈한 액션 연출을 가미해 예상을 넘는 흥행을 거둔 작품입니다. 액션 영화 마니아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이 작품이 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감독은 일리야 나이슐러에서 티모 타잔토로 바뀌었습니다. 과연 2편이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극장에서 관람해 봤습니다.


‘존 윅: 리로드’(2017) 포스터를 패러디한 ‘노바디’ 1편 포스터(왼쪽)와 4년 만에 개봉한 속편 ‘노바디 2’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존 윅: 리로드’(2017) 포스터를 패러디한 ‘노바디’ 1편 포스터(왼쪽)와 4년 만에 개봉한 속편 ‘노바디 2’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주인공 허치(밥 오덴커크)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억대 빚을 갚으려 매일 밤늦게까지 임무를 수행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필요한 그는 휴가를 선언합니다.

허치가 택한 휴가지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유원지인 ‘플러머빌’입니다. 그러나 휴가 첫날부터 사고가 터집니다. 알고 보니 이 동네는 범죄의 온상이고, 경찰도 한패입니다. 패거리에게 잘못 걸린 허치는 가족과 휴가를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자꾸만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영화는 1편의 장점을 잘 계승했습니다. 1편 흥행의 핵심에는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허치는 항상 지쳐 보이는 인상을 가진 평범한 중년의 아저씨인데, ‘존 윅’처럼 폭력배들을 마구 처치할 수 있는 액션 능력자입니다. 약자를 괴롭히고 공공질서를 무시하는 불한당들을 보면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들어 흠씬 두들겨 패주는 영웅적 면모는 허치의 매력입니다.


빚을 갚기 위해 쉼 없이 일하던 허치는 가족 단합을 위해 ‘플러머빌’로 휴가를 떠납니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빚을 갚기 위해 쉼 없이 일하던 허치는 가족 단합을 위해 ‘플러머빌’로 휴가를 떠납니다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이런 허치 캐릭터에 오덴커크는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오덴커크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와 그 프리퀄인 ‘베터 콜 사울’에서 변호사 ‘사울’로 얼굴을 알린 배우입니다. 액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친근한 외모의 오덴커크가 조직폭력배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잡는 반전 매력이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안겼습니다. 여기에 1인칭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유명한 ‘하드코어 헨리’(2016)를 만든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의 액션 연출도 돋보였습니다.

2편에서도 허치의 액션은 의분에 기반을 둡니다. 가족을 건드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예의 없는 놈들을 무참히 ‘참교육’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통쾌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성적으로는 참아야 할 상황에서 본능을 거스르지 못하고 한바탕 몸의 대화를 하는 허치의 ‘상남자’스러운 매력이 돋보입니다.


상대가 몇 명이든, 어떤 무기를 들고 있든 상관 않고 달려드는 허치는 진정한 ‘상남자’입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상대가 몇 명이든, 어떤 무기를 들고 있든 상관 않고 달려드는 허치는 진정한 ‘상남자’입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는 큰 틀에서 1편과 아주 흡사하게 흘러갑니다. 허치가 휘두른 정의의 주먹에 부상을 입은 게 하필 조직 보스의 가족이고, 결국 조직 전체를 상대하게 됩니다. 소수의 동료가 함께 하지만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되는데, ‘나 홀로 집에’ 시리즈처럼 각종 함정을 설치한 공간으로 상대를 유인해 최후의 전쟁을 펼칩니다. 1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버스 액션 시퀀스를 사실상 오마주한 장면도 있습니다.

2편은 이렇게 큰 틀은 유지하되, 곳곳에 변주를 줬습니다. 허치가 상대하게 될 악당들은 서로 갈등을 빚고 배신합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기도 합니다. 또 아내(코니 닐슨)를 비롯한 가족들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압박감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반부 이후엔 재미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에서 기시감이 들고, 개연성과 현실성이 확연히 떨어집니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결말부 놀이공원 전투 시퀀스는 실망이 큽니다. 1편에서와 같은 참신한 액션 연출을 볼 수 없고, 악당들은 너무 무능하게 그려져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노바디2’ 메인 빌런인 ‘렌디나’는 잔인한 폭력과 범죄로 플러머빌이라는 작은 제국을 지배하는 사이코패스 캐릭터입니다. 샤론 스톤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는 눈길을 끌었지만, 캐릭터의 행동에 개연성과 일관성이 부족해 매력이 반감했습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노바디2’ 메인 빌런인 ‘렌디나’는 잔인한 폭력과 범죄로 플러머빌이라는 작은 제국을 지배하는 사이코패스 캐릭터입니다. 샤론 스톤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는 눈길을 끌었지만, 캐릭터의 행동에 개연성과 일관성이 부족해 매력이 반감했습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샤론 스톤이 연기한 빌런 캐릭터 ‘렌디나’ 역시 설정이 과하고 작위적입니다. 또 곳곳에 가족애를 녹여내려다 이도 저도 아닌 맹탕이 됐습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였습니다. 티모 타잔토 감독은 액션 연출 경험이 많기는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대단한 수작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작품들은 지나치게 유치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유치하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노바디’ 특유의 우직한 ‘아재 액션’과 음악 사용은 좋았습니다. 큰 기대 없이 가볍게 볼 킬링타임 영화로는 그럭저럭 봐줄 만합니다.


제 점수는요~: 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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