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2025-10-13 18:31:54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질주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입법, 행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노리고 있지만 지도부는 물론 지역 인사들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행보에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승리의 당락을 가를 부산·울산·경남(PK)에서 지지율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서다.
13일 여권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당내 강경파들은 사법개혁과 검찰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까지 나서 “당정 온도 차”까지 거론하며 당의 강경 노선에 우려를 표했으나 정 대표의 거친 발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이 목표로 하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의 교두보인 부울경에서는 뚜렷한 지지율 하락이 확인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하고 있는 정례 조사를 살펴보면 정 대표 취임(8월 2일) 직전인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7월 5주 차(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P)) 조사 결과, 민주당은 PK에서 52.7%의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 54.5%에 소폭 못 미치지만 보수 우위 지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해당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1.3%에 그쳤다.
그러나 정 대표 취임 두 달이 지난 10월 1~2일 이뤄진 10월 1주 차(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P) 조사에서 부울경의 민주당 지지율은 9%P나 하락한 43.7%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8.6%P 반등한 39.9%를 기록했다.
문제는 부울경 지역위원장들 중 일부가 “(국기 문란, 헌정 파괴 등)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을 민주당 내부, 민주 진영 내부 이해관계에 입각하여 분열적 태도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최택용 기장지역위원장) 등의 발언을 내놓으며 정 대표의 강경 일변도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취임 이후 견고할 것으로 기대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PK 지지율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같은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 이 기간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62.2%(전국 2520명,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2.0%P)에서 48.8%(2017명, 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2.2%P)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장밋빛 선거 구도를 꿈꿔왔던 지역 여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민주당 소속으로 내년 부산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부산은 물론 울산과 경남은 수도권과 호남 등의 지역과는 확연히 민주당을 대하는 분위기가 다른 지역”이라며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이 정말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진보 대통령 역사상 역대급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에 과도하게 고무돼 있는 PK 지역위원장들도 차분하게 선거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다른 지방의원은 “내란 청산은 물론 개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의 소란스러운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실제로 선거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3년 뒤로 예정된 총선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민주당 지방선거 압승의 길목인 PK를 잡기 위해서는 집토끼는 물론 산토끼도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우 수석이 ‘당정 간 정책 추진 속도·온도 차 때문에 난감하다’는 발언 직후 진화에 나섰지만 그의 진심이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며 “부울경은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본산인 만큼 민주당이 해당 지역 민심을 경청하고 이에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용된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