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 부산 발레계와 대학 교육을 꽃피웠던 조숙자 전 부산대 교수가 별세했다. 부산일보 DB
부산의 발레계와 대학 교육을 꽃피웠던 조숙자(예명 조예경) 전 부산대 교수가 지난 13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은 1929년 부산에서 출생한 뒤 아버지를 따라 중국 만주 지방으로 옮겨가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보냈고, 광복과 함께 1946년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 정착한다. 충무동에서 ‘대한음악무용연구소’를 운영하던 박성옥을 찾아가 3년 정도 한국 춤을 배우며 춤의 길에 들어섰고, 이후 발레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일본에서 선진 무용 테크닉을 공부하고 막 돌아온 서울의 임성남을 찾아가 2년간 사사한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발레를 익힌 고인은 1958년 서면교차로 부근에 부산예술무용학원을 차렸고, 자신이 어렵게 터득한 발레 테크닉과 기법을 후학에게 전수하면서 부산에 발레가 뿌리내리는 데 매진했다. 그해 12월 개최한 ‘조예경 제1회 무용 발표회’는 부산에선 처음 열린 발레 분야 개인 공연이었다. 그 후 고인은 1979년까지 모두 7회의 창작발레 공연을 가졌다. ‘조숙자발레단’으로 활동하던 무용단은 1981년 ‘부산발레단’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때부터는 그의 제자뿐 아니라 실력 있는 발레 무용수를 영입해 부산 발레 예술의 활성화를 꾀했다. 이런 공로 등으로 1980년 부산시 문화상(예술 부문)을 수상했다.
고인은 한성여자실업초급대학(현 경성대 전신) 체육무용과에서 처음 시간강사를 하며 춤 교육자의 길에 들어선다. 1969년, 이 대학 전임이 되면서 후진 양성에도 적극 나섰다. 1983년 부산대에 무용과가 개설되고, 1985년 부산대로 자리를 옮긴 뒤 1994년 2월 정년으로 퇴임했다. 대학에서 은퇴한 뒤에도 고인은 발레 새싹들의 정확한 기초교육을 위해 ‘부산발레하우스’를 열어 활동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서창빈 씨가 있고, 빈소는 미국에 체류 중인 아들 귀국 일정으로 늦어져 18일 부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0일 오전 8시 30분이며, 장지는 경남 양산시 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