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꼬는 민주당, 견제하는 국힘…고단한 한동훈

김민석, ‘숟가락 얹지 마라’는 한동훈에 “대한민국 정부의 승소”
이언주, “스스로 그릇이 작음 인증…숟가락 운운 삐딱해”
한동훈 부상에 떨떠름한 국힘…장동혁 친한계 정리 시작 분석
지선 앞 여야 막론 한동훈 견제 본격화…지선 뒤흔들 돌풍되나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2025-11-20 11:17:09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경주시청을 방문,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수고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경주시청을 방문,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수고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자 승소의 공적을 놓고 여야 간 공로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소송을 추진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 의혹 관련 적극적 공세에 이어 론스타 소송 승소로 한 전 대표가 몸집을 키워가자 여야 모두 한 전 대표의 부상에 견제하는 모습이다.

20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론스타의 ISDS 중재판정 취소 신청을 추진한 한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번 승소를 놓고 정쟁화를 자제하자는 대승적 자세를 취해 ‘숟가락 얹지 말라’고 비판한 한 전 대표에게 에둘러 응수했다는 해석이다.

김민석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 신청 사건에서 승소한 데 대해 “아침 일찍 이번 론스타 승소에 핵심적 역할을 하신 분들께 감사 전화를 드렸다”며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이유 삼아 한쪽을 다 매도할 필요도 없고, 의례적 검찰 항소처럼 취소 신청한 것 외에 뭐가 있냐 폄하할 필요도 없다. 언제 한동훈 전 장관을 만나면 취소 신청 잘하셨다고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취소 소송은 한 장관이 법무부를 떠난 이후 본격 진행돼 내란 시기 구술 심리가 있었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마무리됐다”며 “모든 관계자의 헌신이 모아져 승소를 만들어냈다. 국운이 다시 상승하는 시기에 모두 함께 감사하고 즐거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론스타와의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것을 두고 정부여당이 “새 정부 쾌거”라며 이를 치하한 데 대해, 한 전 대표가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라”고 반박하면서 ‘공로 논쟁’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반응은 이에 대한 응수로 보인다. 정 장관과 김 총리는 모두 한 전 대표를 치켜세우면서도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소송이) 마무리됐다”고 덧붙이거나 론스타 소송 승소를 ‘국가적 성과’로 해석하는 등 이를 ‘여야 공로 논쟁’으로 정쟁화한 한 전 대표의 시도를 무색하게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스스로 그릇이 작음을 인증하는 꼴”이라며 저격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가) 이재명 정부(김민석 국무총리·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숟가락 얹지 말라'는 등 비난을 퍼붓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승소한 일이니 현 대한민국 정부인 이재명 정부가 그 소식을 발표하며 국민들과 기쁨을 나누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냐”며 “숟가락을 운운하다니. 왜 그리 삐딱하나”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한 전 대표의 독주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과 19일 이틀간 2건의 논평에서 “민주당은 숟가락 얹는 대신 대장동 사건 범죄수익 7800억부터 환수하라”는 비판과 함께 “지난 정부가 원칙대로 끝까지 다퉈 4000억 원을 지켰다”고만 언급하고 한 전 장관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한 전 대표가 ‘대장동 항소 포기’ 의혹 관련해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며 존재감을 키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른바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한 당무감사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당내 계파 갈등의 전초전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원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게시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내용이다. 장 대표는 지난 16일 유튜브에 출연해 “당대표가 되자마자 왜 정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많았다”며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하겠다고 한 것은 반드시 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지방선거를 의식해 존재감을 키워갈수록 장 대표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10·15 부동산 대책, ‘대장동 항소 포기’ 의혹 등 정부여당의 이어진 악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면서 당내에서 장 대표 책임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 부상은 치명타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지선에서 한 전 대표의 무게가 커지면 당내 분열과 지지층 이탈에 대한 전망도 당의 불안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가 친한계 인사 정리에 시동을 걸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가벼운 징계를 내려 도마 위에 오른 여상원 윤리위원장을 교체할 예정이다. 다음 달 선임될 예정인 새 윤리위원장이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의혹 등을 본격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부당한 비례대표 공천이었다는 취지로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는 발언으로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이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장 대표는 이를 반려했다.

한 전 대표가 정치 활동 재개에 본격 돌입하고 나서면서 여야의 견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의 부상이 당내 권력구도 지각변동을 넘어 향후 지선 구도를 뒤흔들 변수가 될 수 있어 여야 막론 한 전 대표의 주목도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포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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