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2025-11-23 15:38:58
예년보다 1.5배~2배에 달하는 고등어가 잡힌 지난 22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 모습.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예년보다 1.5배~2배에 달하는 고등어가 잡힌 지난 22일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 모습.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지난 22일 전국 고등어 약 80%가 유통되는 국내 최대 산지 위판장 부산공동어시장에서 평소 대비 1.5배~2배에 달하는 고등어가 잡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30년 만에 처음 보는 역대급 물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로 연초에 어시장이 목표로 잡았던 위판금액 3000억 원도 조기 달성했다.
23일 부산공동어시장(이하 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지난 22일 고등어 약 22만 상자(총 약 5500t, 한 상자 20kg가량)가 위판됐다. 이는 성어기 기준 하루 평균 고등어 위판량의 1.5배~2배 정도 되는 수준이다. 성어기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많이 잡힐 때는 15만 상자까지 잡은 적이 있지만, 고등어 단일 어종으로 22만 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공동어시장이 하루 평균 처리 가능한 물량은 5만~6만 상자로, 이날 양을 모두 처리하지 못해 다음 날인 23일까지 넘겨 작업을 하거나 인근 감천 부산수산물공판장에 물량을 옮겨 처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오전에 끝나는 생선을 나르고 포장하는 작업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어장 변화를 그 이유로 꼽는다. 40년 경력의 한 수산업 관계자는 ”원래 고등어는 이 시기에 제주도 근해에서 대부분 잡히는 데, 22일 자료를 보면 주로 동해에서 많이 잡혔다”며 “동해는 1~2월에 잡히는 데 올해는 유난히 동해 물량이 많았다. 이 날은 생선을 실어 나를 운반선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공동어시장 측은 지난 22일은 약 32억 원, 23일은 약 25억 원의 위판금액을 기록하며, 올해 초 목표로 잡았던 위판금액 3000억 원도 23일 기준으로 달성했다고 전했다. 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앞으로 더 날씨가 추워지고 기상 상황만 괜찮으면 3500억 원까지도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어시장 측은 역대급 어황에도 현대화 사업을 앞두고 있어 고민이 깊다. 앞으로 더 많은 고등어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음 달부터 본격 현대화 사업에 착공에 들어가 사용할 수 있는 부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2412억 원(국비 70%, 시비 20%, 어시장 10%)이 투입되는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서구 남부민동 현 어시장 부지에 연면적 6만 1971㎡(지하 1층~지상 5층)의 신축 건물을 건립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위판 업무와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공사 특성을 고려, 3단계로 나눠 공사를 진행한다. 단계별 공사를 통해 공사 중에는 위판장 면적의 60~70%만 사용할 수 있다. 공동어시장 측은 시장 내 2층 규모 철골 주차장 한 층을 비우고, 여러 층으로 쌓을 수 있는 어상자를 제작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연송 공동어시장 대표이사는 “선별기를 본격 가동하고, 유휴 부지를 위판장으로 사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 중이나, 지금 위판량 추이를 봐서는 이 마저도 부족할 수 있다”며 “추가 위판장 마련에 부산시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