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2026-01-18 18:33:32
지난 12일 루센트블록 허세영 대표가 ‘STO 장외거래소 인가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토큰증권발행(STO)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조각투자 제도화가 성사됐지만, 금융위원회의 장외거래소(유통 플랫폼) 예비 인가 발표가 미뤄져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유통시장 인프라 구축 지연이 시장 혼선을 키우고, 조각투자사들의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고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포함한 STO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STO는 분산원장(블록체인)에 증권의 발행·유통 정보를 기록·관리하면서 실물자산 등에 대한 권리를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주식·채권뿐 아니라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IP) 등의 청구권도 토큰 형태로 잘게 나눠 발행할 수 있다. 앞으로 발행인이 토큰증권을 내놓으려면 법상 요건을 갖춰 전자등록기관에 사전 통지하고 등록을 신청하면 된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는 미술품이나 축산 관련 사업에 활용됐던 투자계약증권 유통도 가능해졌다. 투자계약증권은 공동사업에 투자해 그 손익을 배분 받는 구조의 증권이다. 법안은 공포 후 1년의 준비기간을 두고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법제화 다음 단계인 STO 유통시장은 금융당국 인가를 받은 별도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통해 형성된다.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토큰증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유통시장 개설에 예상치 못한 제동이 걸렸다. 업계 전망과 달리 금융위는 지난 14일 정례 회의에서 예비 인가 대상 컨소시엄을 발표하지 않았다. 금융위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결정을 늦추면서 시장 출범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애초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결과 BNK금융그룹 등 부산 업체들이 참가한 한국거래소-코스콤(KD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이에 탈락 가능성이 거론된 루센트블록이 절차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게 최종 결정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루센트블록은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비 인가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루센트블록은 넥스트레이드와 인가 신청 전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하고 회사의 재무정보, 사업계획, 핵심 기술 등의 자료를 제공했다. 이후 넥스트레이드가 협의를 중단한 뒤 단기간 내 동일 영역에 인가를 신청했다고 반발했다. 반면 넥스트레이드는 제공 받은 자료가 일반적 검토 수준에 불과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출범 지연에 따른 위기감을 드러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지난 15일 “조각투자 유통시장 인가는 대한민국 미래 디지털 금융 생태계 발전의 핵심 기반”이라며 “이번 인가 결정 보류로 조각투자 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