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6-01-25 16:37:28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사진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보좌진 갑질, 부정 청약 의혹과 입시 특혜 논란 등 잇단 의혹 끝에 결국 낙마했다.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두고 국민의힘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고, 민주당은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치권에서는 낙마 이후에도 관련 의혹이 수사로 이어질지와 함께, 이 대통령의 차기 통합 인사 구상에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남 입시 문제와 부동산 부정 청약, 보좌진 갑질·폭언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3일 청문회가 열렸지만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청문회 이후에도 정치권에서는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청문회에서는 장남의 연세대 입학 경위와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 보좌진 갑질 논란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이 후보자는 장남이 ‘다자녀 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다고 설명했다가, 청문회 과정에서는 ‘사회기여자 전형’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결혼식을 올린 장남을 부양가족으로 등재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장남이 결혼 직후 파경 위기를 맞아 혼인신고를 미뤘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장남의 연세대 입학을 둘러싼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까지 불거졌다. 배우자가 연세대 주요 보직을 맡았던 시점에, 시아버지인 4선 의원 출신 김태호 전 내무장관의 훈장을 근거로 장남이 ‘사회기여자 전형’에 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입시 특혜 논란으로 확산됐다. 현행 헌법은 훈장 등의 효력이 수훈자 본인에게만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부의 훈장을 근거로 손자가 대학에 진학했다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청문회 종료 후 논평에서 “이 후보자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도 모자란 상황에 해명이 아닌 궤변으로 일관하며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했다”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여야가 한 목소리로 후보자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례적인 날이었다”며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진보 야당들도 이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청문회 이후에도 공세는 계속됐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부동산·병역·입시·갑질, 이른바 ‘국민 4대 역린’을 모두 건드린 인사”라며 “장남 ‘위장 미혼’ 부정청약 의혹과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은 끝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론 악화 속에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결정하자 국민의힘은 “상식적인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후보자의 거짓과 위선, 탐욕으로 점철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의혹들이 일절 해소되지 않았다”며 “늦었지만 이번 청와대의 인사 임명 철회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SNS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받든 대통령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고, 김지호 대변인도 “지명 철회는 국민 눈높이와 사회적 갈등을 함께 고려한 숙고 끝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 이후에도 한동안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과 장남 입시 특혜 의혹 등이 수사 확대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시민단체 등이 고발한 ‘부정 청약 당첨 의혹’에 대해 이미 수사를 진행 중이고, 국토부도 관련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부정 청약에 해당해 당첨 취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특혜 의혹과 증여세 탈세 의혹 역시 향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이날 SNS에서 “이렇게 짧게 끝날 쪽박 드라마일 것을. 청문회를 보니 철회로 끝날 게 아니라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썼다.
한편 이 대통령의 향후 인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이 후보자 지명 철회와 관련해 “통합 인사를 통해 대통합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대통령의 숙고와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차기 기획예산처 장관을 비롯해 해양수산부 장관 등 향후 인선에서도 보수 진영 인사 기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