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선거 말고 돈 되는 얘기 합시다 [비즈앤피플]

슬기로운 설 밥상 대화 가이드북

주요국 확장 재정으로 ‘돈 풀기’ 나서며
모든 자산 오르는 ‘에브리씽 랠리’ 상황
상승세 코스피는 6000 이상 전망까지
미국 트럼프 관세 정책에 귀기울이며
연일 뛰어오르는 금값에도 안테나 세워
돈 불리는 법 논하되 소외층 잊지 말길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2026-02-15 08:00:00

한국은행 본점이 11일 시중은행으로 공급하기 위해 마련한 설 현금. 12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의 코스피 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골드바와 실버바. 서울 한 식당가에서 식자재를 옮기는 자영업자(왼쪽부터). 연합뉴스 //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클립아트코리아 한국은행 본점이 11일 시중은행으로 공급하기 위해 마련한 설 현금. 12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의 코스피 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골드바와 실버바. 서울 한 식당가에서 식자재를 옮기는 자영업자(왼쪽부터). 연합뉴스 //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클립아트코리아

‘취업 안 하냐’ ‘결혼 안 하냐’ ‘이번 지방 선거에서 몇 번 찍을 거냐’ 같은 갈등 야기, 빈정 상함 초래 대화 주제 말고 올해 설에는 경제 생활에 도움 되는 슬기로운 대화 주제를 밥상에서 던져보면 어떨까. 또는 누군가 불쑥 던진 대화 주제에 끼지 못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최근 이슈가 되는 경제 주제별 대화 가이드북을 마련했다. TV 오락 프로그램보다는 조금 묵직한 주제일 수 있겠지만, 오리고, 접고, 줄 치며 연휴 내내 갖고 다녔던 신문 TV 가이드, TV 하이라이트를 추억하며.

#채널 1. 현금 들고 있으면 손해?

과거 부동산과 관련해서나 나올 법 했던 ‘벼락 거지’라는 말이 최근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모든 자산이 오르는 현상)에서도 나오고 있다. 금리가 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인 정기예금, 정기적금에 넣어둬도 세금 빼고 나면 ‘본전’ 또는 손해인 상황에서 주식, 금으로 돈을 불린 사례들이 속출하자 소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실제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0~2.5% 수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지난해 2.1%)과 비슷하다. 여기에 이자소득세를 제외하고 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에 가깝다. 예금 가치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논리로, 부채 가치도 같이 떨어지면서 ‘빚투’에 나서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통화량 증가에 더해 정부 지출 확대, 환율 상승, 물가 상승은 모두 화폐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글로벌 자산 시장에 에브리씽 랠리가 도래한 것은 세계 주요국이 확장 재정 정책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억만장자이자 ‘헤지펀드 거물’ 폴 튜더 존스는 최근 “현재 시장은 1999년 닷컴버블 직전의 모습과 닮았다”면서도 “현재 주식시장 상황은 오히려 1999년보다 훨씬 더 폭발적 상승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주식, 부동산, 대체자산 등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널 2. 코스피 6000 넘어 7000 갈까

코스피 5000포인트도 꿈의 지수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5500을 넘어 6000을 향해 달리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4일 부산 기자들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 보면 코스피가 6000선을 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캐피털(MSCI) 인덱스로 비교했을 때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최근 1.9배 수준으로, 영국·프랑스·독일 2.3배 수준, 미국 약 5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코스피가 6200 수준으로 오를 때를 가정한 PBR이 약 2.3배 수준으로, 6000까지 오르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12일 상승세를 이어가다 5522.27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대다수 기관들이 올해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5300~5700선으로 잡고 있는 반면, 미국 모건스탠리와 맥쿼리는 상단을 6000선으로, JP모건은 강세 시 7500선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외 전문가들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밸류업 정책을 근거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동시에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함께 경고하고 있다. 단기적인 차익 실현 매물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하반기에는 미국의 정치, 경제적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구체적으로 2분기에 조정장, 누군가에겐 기회의 시간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채널 3. 트럼프가 우리랑 뭔 상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경제 환경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미국 국내에서는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세금을 더 걷겠다. 그 세금을 다른 나라에서 걷겠다”며 각 나라에 청구서를 들이민 사례에서 보듯,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친다. 관세 정책뿐 아니라 미국의 통화 정책, 대외 정책 모두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미 연준(Fed) 의장에 매파 성향의 케빈 워시가 지명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증시에까지 ‘검은 월요일’이 덮치기도 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미중 관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4월부터 시작해 많으면 올해 최대 4회까지 미중 정상이 만날 수도 있어 양국의 관계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실제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나빠 한국이 수출에서 덕을 많이 봤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양국 정상이 네 번이나 만난다면 관세 전쟁이나 희토류 분쟁 등에서 접점을 찾거나 양국의 긴장관계가 풀린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대법원의 상호 관세 판결과 새 연준 의장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 선거 모두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채널 4. 애들 돌반지, 팔아, 말아?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은 기존 달러 중심의 국제 경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이는 특히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가치를 재부각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 종료를 선언하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신뢰 또한 약화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연간 금 매입량은 2022년 이후 급격히 증가해 1000t을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금협회(WCC)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중앙은행의 95%가 앞으로 1년간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늘 것으로 본다고 답했고, 중앙은행의 75%는 5년 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국제 금 가격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 시세는 최근 잠시 하락세를 보이다 다시 올라서 12일 기준 국내 금 한 돈 가격이 103만 30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2020년 1월 1일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2026년 1월 기준 원화 표시 금 가격이 국제 금, 나스닥100, 니케이225, 유로스톡스50 등을 월등히 상회한다”면서 “금값이 오른 데다 환율까지 같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단장은 세계적 추세를 읽고, 자산 포트폴리오에 금을 담아둘 것을 조언했다.

#채널 5. K자 경제 양극화 시대

최근 경제 뉴스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알파벳이 ‘K’다. 과거에는 V자 회복, U자 회복의 형태를 띠었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도 특정 부문은 성장하고, 특정 부문은 잠시 상승하다 결국 정부 정책의 동력을 받지 못하고 다시 침체되는 K자 회복 양상을 띤다. 기술기업이나 대기업, 부유층, 화이트칼라의 경우 회복 후 지속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경기 민감기업이나 소기업, 빈곤층, 블루칼라의 경우 더욱 힘들어지는 양극화 양상이다.

K자 경제는 한국에서만 빚어지는 양상은 아니며, 세계적인 트렌드다. 또한 국가별로도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은 강한 회복세를 보여주는 반면 신흥국들은 재정과 보건 역량의 차이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며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 투입 방식 또한 K자 회복 구조에 대응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안을 보면, R&D(+19.3%)와 산업(+14.7%) 분야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특히 AI 관련 예산은 그 전 3조 3000억 원에서 10조 100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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