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 세균, 인간과는 어떤 관계일까?

이태호의 미생물 이야기(2)

2020-07-12 07:00:00

세균(細菌), 영어로는 박테리아(bacteria)다. 친숙한 단어지만 우리는 종종 세균을 두렵고 해로운 존재로 인식한다. 지구상 생물 중 인간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줌과 동시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세균인데도 말이다.


세균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독립해서 살아가는 단세포생물을 의미한다. 크기는 대개 1-2μm(1μm=1/1000mm)이며, 현미경으로 400~600배 이상 확대해야 겨우 보일 정도다. 그림에서처럼 구형, 막대형, 나선형 등 형태도 다양하다. 꼬리(편모 혹은 섬모)가 있어 헤엄쳐 움직이기도 하고, 전혀 운동성이 없는 것도 있다. 겉은 가죽 같은 단단한 세포벽이 있어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세균의 번식은 대개 분열에 의해 이루어진다. 생명체 중 세대시간이 가장 짧은 것이 특징이다. 1마리가 24시간에 2^72(^=제곱) 즉, 2를 72번 곱한 숫자가 되는 어마어마한 양으로 증식한다. 대장균의 대표격인 이콜라이(E.coli)의 경우 최적 생육조건에서 불과 20분 만에 두 배가 된다. 보통은 생육조건이 맞지 않아 성장을 멈추거나 증식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크게 불어나지는 않는다. 세균이 과다 번식해 지구를 덮어버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환경조건이 나빠지면 어떤 종류는 포자(胞子·홀씨)를 형성하여 휴면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다. 고초균, 보톡스균이 포자형성 대표 세균에 속하며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런 포자는 생명력이 강해 끓이거나 얼려도 죽지 않는다.


반면, 생육 중인 영양세포는 열에 매우 약하다. 섭씨 50~60도에서는 생육이 불가능하며 끓는 온도에서는 순식간에 죽는다. 그렇지만 추위에 견디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외는 있지만 영하 200도에서도 생육이 멈출 뿐 죽지는 않는다.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거나 이를 좋아하는 세균도 있다. 온천, 강산성, 고염 농도, 고압 등을 좋아하는 세균을 고세균역(Archaea)이라 한다. 원래는 세균의 일종이었으나 새로운 분류법에 의해 독립군으로 분리되었다는 것은 앞선 주제에서 언급한 바 있다.


세균도 살아가면서 숨을 쉰다. 대부분은 산소가 있어야 생육한다(호기성)는 뜻이다. 간혹 산소가 없어야 자라는 것(혐기성), 산소가 있으나 없으나 생육(통성혐기성) 하는 것도 있다. 동식물의 사체를 썩혀 자연으로 회귀시키는, 물질순환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세균이다.


대부분의 감염성 질병인 전염병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세균이 일으키는 다양한 질병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콜레라, 장티푸스, 폐렴, 폐결핵, 패혈증, 탄저병, 식중독 등의 무수한 질병이 세균에 그 원인이 있다.

병원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균은 인간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이로운 점이 많다. 미생물을 이용한 역사는 미생물의 존재를 몰랐던 기원전부터 이미 시작됐는데 발효가 바로 그렇다. 조상들의 생활 속 지혜를 새삼 감탄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균의 몇 가지만 언급하고 자세한 내용은 따로 주제를 정해 소개한다.

◇유산(乳酸) 음료 ;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요구르트, 치즈 제조 등에 이용한다. 유산균이 대장에서 정장작용(대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 회자되는 예찬은 좀 과하다는 평가다. 충치의 원인균도 바로 유산균이다.


◇김치 ; 김치의 신맛은 유산균에 의해 만들어진 유산의 맛이다. 각종 유산균이 김치 숙성에 관여한다.


◇메주 ; 된장을 만들 때 메주를 띄우는 것은 곰팡이와 고초균을 키우는 작업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단백질분해 효소가 콩 단백질을 분해하여 간장과 된장의 맛을 좋게 한다. 고초균(枯草菌)은 말 그대로 마른 볏짚에 많다.


◇청국장 ; 메주에 자라는 고초균과는 형제쯤 되는 유사 세균이다. 세균의 단백질분해 효소를 이용하여 콩 단백질을 분해해 소화와 맛을 좋게 하는 점은 같다. 일본의 낫또도 우리의 청국장과 같은 균으로 만든 동일한 식품이다.


◇MSG ; 한때 천하의 몹쓸 식품으로 매도당한 화학조미료로, 실제는 매우 훌륭한 발효식품이다. 설탕을 먹이로 하여 세균에 의해 만들어진 아미노산이다.


◇양조식초 ; 식초는 초산균이라는 세균을 발효하여 만든다. 술을 아세트산으로 전환하는 유일한 세균이다.


◇효소 ; 세제, 소화제, 식품 제조, 진단시약, 비타민, 의약품 등에 사용되는 효소는 대부분 세균 등 미생물의 발효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항생제 ; 세균의 일종인 방선균(放線菌)이 만든다. 최초가 페니실린이고 이후 수십 종류의 항생제가 개발되어 인류를 구원했다. 이런 항생제는 곰팡이, 효모, 바이러스에는 듣지 않는다.


◇유전공학 ; 유전공학 기술의 대부분은 세균을 이용해 발전했다. 동식물에 있는 유전자를 세균에 넣어 인슐린, 호르몬, 각종 물질이 대량으로 생산된다.


◇장내세균 ; 요즘 장내세균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는데 과장이 너무 심하다. 500여종 수조 마리가 서식하면서 인간의 생리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미확인 가설이 난무한다. "장이 제2의 뇌다", "장내세균이 면역력과 인지 기능을 좋게 하고, 우울증 및 치매와 관련이 있다", "환자의 장에 타인의 대변을 직접 주입하는 대변 이식이 가능하다" 등 유산균이 과대평가되면서 세간의 뻥튀기 주장이 도를 넘었다.


다음 주제는 곰팡이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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