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2025-01-14 15:24:18
지난해 폭염으로 취소된 롯데자이언츠의 울산 경기와 관련해 울산시가 보조금 지원을 무기로 취소 사유를 소명하라고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세금이 지원되는 단체인 만큼 향후 울산에서 안정적인 경기 수를 확보하기 위한 압박용 조치로 풀이된다.
14일 울산시에 따르면 롯데구단은 지난 한 해 제2 홈구장인 문수야구장에서 7월 16~18일 두산베어스와 주중 3연전을, 8월 2~4일 LG트윈스와 주말 3연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울산시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6경기 울산 개최’를 사업 내용으로 롯데구단에 보조금 1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그해 8월 2일과 4일 경기가 폭염으로 인해 갑자기 취소됐다. 1군 경기가 폭염 탓에 취소된 건 KBO 리그 출범 4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인조 잔디가 깔린 문수야구장은 섭씨 50도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는 지난해 12월 24일 롯데구단에 공문을 보내 ‘울산 경기 지원 보조금과 관련된 소명 자료’를 공식 요청했다. 지난해 6경기 중 2경기를 빠트려 사업비 교부 조건을 미이행했다는 내용이다. 폭염 때문에 경기를 취소한 사실은 이미 알고 있으나, 보조금을 받는 롯데구단이 울산시에 형식적인 사후 설명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롯데구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에는 ‘사업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소요되는 경비의 배분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시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롯데구단은 이달 8일 울산시에 소명 자료를 내고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 등은 담겨 있지 않았다.
시는 롯데구단에서 제출한 소명 자료를 면밀히 살펴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우천, 폭염 등 기후 변화로 이런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서다. 특히 시의 이번 소명 요청은 울산에 대한 롯데구단의 관심을 환기하고 문수야구장에서의 경기 수 축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부터 KBO가 7·8월 혹서기에 인조 잔디가 있는 제2 홈구장 경기 편성을 배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구단의 울산 경기는 2014년 문수야구장 완공 이후 지역 팬인 ‘울산 갈매기’들에게 민감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시는 2011년 롯데구단과 매년 6경기 이상 1군 경기를 문수야구장 완공 시 울산에서 하기로 협약했다. 2015년부터 보조금도 주고 있다. 협약과 달리 울산 경기 수가 줄어들면 어김없이 ‘울산 홀대론’으로 이어졌다. 시는 2023년 롯데구단에 “문수야구장을 제2 홈구장으로 생각하지 말고 부산 사직야구장과 똑같이 여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