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2025-01-25 16:17:39
재력가 집안 상속인 행세를 하며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세금 명목 등으로 지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검찰의 끈질긴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건설업자, 전직 간부급 공무원, 연예인협회 임원으로 확인된 피해액만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송인호)는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 등으로 건설업자 A(71) 씨와 전 지자체 사무관 B(64) 씨를 구속하고 도주 중인 공범 전 가수협회 명예부회장 C(65) 씨를 지명수배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로 주변 지인들에게 C 씨를 거액의 상속재산 등을 보유한 자산가로 주변에 소개했다.
그리곤 “C가 유산을 취득하는데 수수료, 세금 등이 필요하다. 재산을 취득하면 원금과 수익금을 주겠다. 곧 재산을 찾을 수 있다’고 속인 뒤 거짓말에 넘어간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 받았던 돈의 일부를 수익금으로 되돌려주는 ‘돌려막기’로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이들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곧 원금도 돌려받고 고수익도 얻을 수 있다’며 계속 추가금을 요구했다.
빌려준 돈을 회수하려는 피해자 심리를 악용한 것이다. 그렇게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피해자 9명으로부터 편취한 돈이 100억 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60대 후반 고령자들로 노후 준비와 사업체 운영 자금으로 준비해 놨던 돈을 이들에게 건넸다.
일부는 사채를 쓰거나 살고 있는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한 피해자는 가족 등 주변인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C 씨가 유산만 받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으며 전전긍긍하다가 지병이 악화해 사망하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홀로 총 80억 원을 뜯겼다.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 1명이 또 다른 지인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고소당한 ‘단순 차용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해자가 빌린 돈을 특정인에게 지속적으로 송금하는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 직접 수사에 착수한 끝에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다.
검찰은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해 벌인 사건인 탓에 피해자들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이 극심하다”면서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도주한 공범 C 씨를 반드시 붙잡아 범죄를 저지른 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