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보는 PK 여야 분위기 극과 극

김경수·김두관 이어 전재수 출마 채비
험지 스토리 발판 정치적 중량감 키워
국힘, 4·10 총선 후 PK 의석 늘어나며
지역 위상 커졌으나 대선 주자감 없어
여론조사 거론 안 될 정도 존재감 미미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2025-02-12 18:28:48

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의원, 전재수 의원. 부산일보DB 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의원, 전재수 의원. 부산일보DB

막바지에 이른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와 함께 ‘조기 대선’을 바라보는 여야 대권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PK(부산·울산·경남) 여야의 표정이 ‘극과 극’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의 ‘험지’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바탕으로 PK 출신 대권 도전자들이 잇따르고 있는 반면, 22대 총선에서 의석수를 더 늘린 국민의힘에서는 정작 변변한 후보감 하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의 독주 상황에서도 PK 출신의 대권 도전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지난 연말 비상계엄 정국 당시 독일에서 급히 귀국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최근 통합과 개헌과 기치로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사면·복권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한 김 전 지사는 최근 복당까지 마쳤다. 그는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앞서 나가는 얘기”라면서도 당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변에서는 김 전 지사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 역시 ‘제 7공화국 개헌론’을 앞세워 대권 경쟁에 뛰어들려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1일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을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해 지역 여론을 청취하는 등 사실상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아직 출마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도전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전 의원의 대선 어젠다는 분권형 개헌이다. 그는 “87년 체제의 권력 구조에서 5년 단임제가 폐해를 양산하고 쿠테타를 일으키는 상황까지 왔다”며 “권력을 분산하는 4년 중임제 분권형 개헌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유일 부산 현역인 3선의 전재수(북갑) 의원도 전날 〈부산일보〉와 통화에서 “민주당 유일 부산 의원으로서 차기 대선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많다”며 “민주당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전국 정당이 되는 전략이 나에게 있다”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들 3명의 공통된 대권 도전 발판은 당의 험지인 PK에서 깨지고 실패한 도전 스토리다. 당으로서도 전국 정당화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스윙 보터’인 PK에서 득표율을 올려야 하고, 민주당 지지층은 이를 위해 ‘PK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왔다.

반면 국민의힘 경우 현재 거론되는 당내 차기 잠룡들 중에 PK 출신은 한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PK 국민의힘은 전국적으로 참패한 지난 총선에서도 의석수를 늘리면서 외형적으로는 세력이 더 커졌다. PK에서의 승리가 개헌 저지선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당내 위상도 올라갔다. 그러나 34명의 현역, 3선 이상 중진만 12명에 이르는 PK 여당이지만 현재 각종 조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는 없다.

오랜 기간 대권을 준비해 온 김태호(경남 양산을) 의원의 경우, 지난달 계엄 정국에서 치러진 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출마 동력이 현저히 꺾인 모습이다. 당대표를 지낸 5선의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도 대권에 나서기에는 인지도와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은 계엄 정국에서 친한동훈계 ‘좌장’ 역할만 부각됐다.

지역 여권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전국적인 참패에도 PK 국민의힘은 더 커졌지만 지역에 안주하거나, 계파 정치에 매몰된 행보로 ‘큰 정치인’ 인상을 주는 인물이 없다”면서 “지역적 위상은 커졌는데, 대선주자 하나 없다는 건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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