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2-11 16:57:26
더불어민주당 부산 유일 현역인 3선의 전재수(북갑·53) 의원이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해지면서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야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독주 체제에서 전 의원의 출마가 야권의 대권 구도에 어떤 변수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최근 대권 행보에 나선 상황에서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전 의원까지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친노·친문(친문재인) 본산인 PK(부산·울산·경남) 야권 내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전 의원은 11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변에서 민주당 유일 부산 의원으로서 차기 대선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많아 얘기를 듣는 중”이라며 “다만 최근 당 상황과 시대 상황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느냐가 마지막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총선에서 ‘붉은 밭’이 된 부산에서 나는 ‘푸른 한 점’ 아니냐”며 “민주당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전국 정당이 되는 전략이 나에게 있다”고 자신의 강점을 부각했다. 이와 관련, 전 의원을 지원하는 수도권의 한 전직 의원은 최근 당내에 ‘전 의원을 위해 뛰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차기 대선의 시대 정신과 관련, “지금 이 시대에 국민들이 가장 갈구하는 것은 싸움을 종식시키고, 평화로워지기를 원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법 제도적 개혁과 함께 리더십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갈등유발형 리더십의 정점”이라고 비판했지만,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만약 출마한다고 해도 이 대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하며 이 대표와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이와는 다른 차별화 노선을 걷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 의원은 또 최근 이 대표의 ‘통합’ 노력을 촉구하며 사실상 대선 몸풀기에 나선 김 전 지사와 지지 기반이 겹친다는 지적과 관련, “만약 출마한다고 해도 김 전 지사와는 정치적 스탠스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은 아니지만, 친문(친문재인)에도 기대지 않는 독자적인 행보를 예고한 셈이다.
PK 민주당의 반응은 엇갈린다. 부산 민주당 핵심 인사는 “당의 험지인 부산의 유일한 현역인 전 의원의 정치적 위상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면서 “전 의원이 전국정당화를 기치로 존재감을 보일 경우 PK 민주당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의 한 야권 인사는 “PK 친노·친문이 이재명 체제에서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나설 경우 지역 야권 내부의 분열 이미지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 일각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전 의원의 대권 도전 움직임을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겨냥한 ‘몸집 키우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 노무현 사단의 ‘막내’ 격으로 정계에 입문한 전 의원은 민주당 험지인 부산에서 3전4기 끝에 20대 총선에서 당선, 22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특히 22대 총선 당시 막판 보수 결집으로 현역 2인을 비롯해 18개 지역구 중 17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모두 낙선하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승리해 ‘전인미답’의 부산 3선 고지에 올랐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