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위기 계속… 영화도 '안전 자산’ 선호 경향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매출액 2023년보다 소폭 감소
지난해 1인당 극장 방문 2.4회
흥행작 속편·수상작 관람 집중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5-02-19 14:08:43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지난해 상반기 이른바 ‘쌍 천만영화’를 배출해 흥행 기대를 모은 국내 영화계가 한국 영화의 선전에도 2023년보다 소폭 감소한 매출액을 기록하며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쉽게 녹이지 못하고 있다. 국민 1인 당 극장을 찾은 횟수는 2.4회를 기록했고, 인기 영화의 속편이나 영화제 수상작처럼 재미가 보장된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극장 매출액은 1조 1945억 원으로 2023년 1조 2614억 원에 비해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관객 수는 1억 2313만 명으로 2023년 1억 2514만 명과 비교해 201만 명(1.6%) 줄었다.

얼어붙은 극장가에서도 한국영화는 선전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매출액은 69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5%(925억 원) 증가했고, 관객 수 역시 7147만 명으로 17.6%(1072만 명) 늘었다. 할리우드 파업 등의 영향으로 외국영화 흥행이 부진했지만, 한국영화는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액 증가를 보여줬다. 지난해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파묘’는 매출액 1152억 원과 관객 수 1191만 명을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범죄도시4’는 매출액 1101억 원과 관객 수 1150만 명을 동원했다. ‘인사이드 아웃 2’(879만 명), ‘베테랑2’(752만 명), ‘파일럿’(471만 명) 등의 작품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극장을 찾은 횟수는 2.4회인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관람 횟수는 2017년 4.25회, 2018년 4.18회, 2019년 4.37회로 매년 평균 4회를 기록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2회 수준에 그치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 지역의 1인당 관람 횟수는 2.54회를 기록해 17개 시도 중 4위를 기록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 TCO더콘텐츠온 제공

최근 극장가에서는 재미와 작품성이 보장된 작품을 관람하려는 소비 경향이 돋보였다. 상업영화로는 ‘범죄도시4’, ‘인사이드 아웃2’, ‘베테랑2’ 등 흥행이 보장된 속편 영화가 흥행했고, 독립예술영화에서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가여운 것들’, ‘서브스턴스’ 등 해외 영화제 수상작들이 선호됐다.

팬덤 마케팅을 활용한 작품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아동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던 ‘사랑의 하츄핑’이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며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순위 2위(매출액 111억 원)에 올랐다. 인기 가수 임영웅의 공연 모습을 담은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도 팬들의 높은 관람률에 힘입어 극장 매출액 101억 원을 돌파하면서 공연실황 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이승만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건국전쟁’이 매출액 109억 원을 달성하며 흥행 1위를 차지했고, 판다 푸바오의 이야기를 다룬 ‘안녕, 할부지’가 매출액 24억 원을 달성하며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팬덤 마케팅과 검증된 IP를 활용한 속편·리메이크 작품이 흥행을 기록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개봉 전략이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과거 영화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던 개봉 시기도 이전에 비해 흥행에 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탄생한 두 편의 천만 영화 ‘파묘’와 ‘범죄도시4’는 극장의 비수기로 알려졌던 2~4월에 개봉해 흥행하면서, 영화의 개봉 시기보다 콘텐츠 자체의 힘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영화 개봉을 두고 매년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던 여름 시장에도 텐트폴 영화가 한 편도 개봉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과거의 비해 영화의 개봉 시기라는 시즌성이 약화되고 영화콘텐츠 자체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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