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2025-02-20 18:22:23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 역대 선거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부산·울산·경남(PK)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야권의 대권 주자 경쟁에서 독주 중인 이재명 대표는 비명(비이재명)계와 접촉면을 늘리거나 공약 챙기기에 나서는 등 더욱 적극적이다. 그러나 KDB산업은행 본점 이전 반대, 피습 후 서울로 전원 등으로 PK에서 여전히 비토 기류가 강한데다 지역 야권에서는 계파 갈등 여지도 님아있어 극복할 과제는 산더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르면 다음 달 초중순께 부산을 찾아 북극항로 개척 의지를 재천명할 예정이다. 북극항로 개척 사업은 대선 국면 점화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슈다.
지난 15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모친상을 전화로 챙겨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역 야권에 따르면, 당시 이 대표는 일정상 이유로 부산의 장례식장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빈소를 찾은 민주당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을 통해 정 전 비서관과 2분가량 전화, 위로의 말을 전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지난달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부울경 발전 방향 외에 공약 등에 대해서도 적극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탄핵 정국 막바지 이 대표가 PK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행보를 펼치고 있지만 그를 향한 지역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실시한 결과, 이 대표의 PK 지역 지지율은 23%로 전국 권역 가운데 대구·경북(14%)에 이어 2번째로 낮았으며 전국 평균(34%)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대표 지지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부울경 응답자 가운데 긍정 응답이 28%에 그쳤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그가 PK에서 얻은 평균 득표율 38.77%(부산 38.15% 울산 40.79% 경남 37.38%)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에 지역 야권에서는 조기 대선 시 보수 정권 두 번째 탄핵이라는 호재에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PK 지역위원장은 “지난해 말 비상계엄 직후와 지금을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진 게 사실”이라며 “특히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시민들에게도 퍼지면서 이 대표 부정 기류가 강한 부울경에선 중도층 표심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이은 부울경 구애에도 이 대표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지난해 총선 국면에서 이 대표가 산업은행법 개정안에 노골적으로 반대한 데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총선을 앞두고 2023년 부산을 찾아 현장 최고위를 주재한 이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단 한번의 산업은행 언급도 없었으며 회의 뒤 산은법 개정안 관련 입장을 말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여기다 지난해 1월 피습 직후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전원하면서 이 대표의 ‘부산 홀대론’에 불이 붙었다.
또 PK 내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의 계파 갈등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도 그에게는 악재다.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주류를 지켜 온 지역인 만큼 이 대표가 당권을 쥔 이후 여러 선거를 거치며 계파 간 이견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